웨이브 바로 보기 | 6부작 | 15세 이상
반인류범죄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홀로코스트와 아우슈비츠다. 올해 국내 극장가에서 화제가 된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3)는 아우슈비츠수용소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했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은 먼 곳에서 들리는 소리로 처리하고, 수용소 옆에 ‘꿈의 저택’을 일구며 살아가는 수용소장 가족의 모습을 시청각으로 묘사했다. 피해자의 고통을 보여주지 않고 가해자의 안락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참상을 더 생생히 전한다는 평들이 따랐다.
아우슈비츠가 해방(1945년)된 지 80년이 다 됐다고 하나 수용소에서 벌어진 일들을 들여다보는 건 여전히 끔찍하다. 올해 선보인 드라마 ‘타투이스트 오브 아우슈비츠’가 이를 웅변하듯 보여준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문신가가 주인공이다. 수용소 유대인들의 왼쪽 팔목에 수인번호처럼 숫자를 문신하던 이다.
랄리(조나 하우어 킹)는 슬로바키아의 유대인이다. 그는 당황스러운 포고령을 듣는다. 유대인 가족에서 성인 남자 1명이 나치 부역을 위해 의무적으로 자원해야 한다는 것. 랄리는 아버지와 형을 대신해 나선다. 짐승처럼 열차에 실려 그가 도착한 곳은 아우슈비츠다.
랄리는 학살이 본격화되기 전 수용소 시설 건설에 동원된다. 살인적인 생활 환경 속에서 그는 운 좋게 문신가로 ‘간택’된다.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과 집시 등이 선망할 일이지만 부역자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영화는 노년의 랄리(하비 케이텔)가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는 자신의 삶을 글로 정리해줄 이로 아마추어작가 헤더(멜라니 린스키)를 택한다. 랄리는 ‘사랑 이야기’를 쓰겠다고 운을 뗀다. 그가 평생의 사랑 기타(안나 프로츠니아크)를 아우슈비츠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화면은 끔찍한 모습들로 채워진다. 나치는 의학 실험이 끝난 여성들을 한겨울 밤 나체로 내버려둔다. 유대인이 병이 들면 바로 총살시킨다. 부역자 랄리 역시 여러 번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아우슈비츠는 “나쁜 것과 더 나쁜 것만 있는 곳”(극 중 대사)이다. 과거사에 대한 독일의 태도를 칭찬하는 이들이 많은데, 독일은 계속 사죄해야 마땅하다.
헤더는 홀로코스트를 풍문처럼 접한 전후 세대다. 유럽인이 아닌 호주인이라 물리적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는 랄리의 말을 들을수록 끔찍함에 고개를 젓는다. 집필을 포기할까 고민할 정도로 마음의 고통을 느낀다.
드라마는 작가 헤더 모리스의 소설 ‘아우슈비츠의 문신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랄리 소콜로프(1916~2006)의 실화를 극화한 책이다.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작가 헤더를 등장시킨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기억할 과거가 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