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이 또다시 시장 예상을 뛰어넘었다.
엔비디아는 올해 5~7월(자체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300억4,000만 달러(약 40조1,785억 원), 주당 순이익은 0.68달러(약 909원)를 각각 기록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사전 집계한 월가 예상치(매출 287억 달러·주당 순이익 0.64달러)를 모두 웃돈 것이다. 엔비디아 분기 매출이 3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8~10월 매출도 325억 달러(약 43조4,623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 월가가 전망한 317억 달러를 넘어서는 수치다.
그러나 호실적에도 이날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6% 넘게 하락했다. 이른바 AI 붐이 시작된 이래, 실적 발표 당일에는 여지없이 주가가 급등했던 데 비하면 분명 튀는 모습이었다.
이날 엔비디아가 내놓은 실적은 내용만 보면 충분히 좋았다. 매출 증대를 이끈 것은 AI 칩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이 부문 매출(263억 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 폭증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엔비디아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대치가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AI 칩 시장을 계속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도리어 주가가 떨어진 것은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카슨그룹의 라이언 디트릭 수석 애널리스트는 "성장폭이 예상보다 훨씬 작았다"며 "여전히 훌륭한 회사지만, 이번에는 기준이 너무 높게 설정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매출이 월가 예상치를 상회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투자자들로선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의미다. 실제로 직전 분기(2~4월)에는 매출과 시장 예상치 간 격차가 14억 달러였던 데 반해, 이번에는 13억 달러 정도로 다소 좁혀졌다. 특히 다음 분기는 엔비디아가 밝힌 매출 전망치와 시장 예상치 간 차이가 8억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매출 성장 곡선이 완만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웰'의 생산 지연 가능성도 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테크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생산 과정에서 찾은 결함 탓에 블랙웰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최소 3개월 늦춰져 내년 1분기까지는 대규모 출하가 힘들 것이라고 이달 초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블랙웰의 제조 공정 일부를 개편해야 했다"며 결함 발견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올해 11월~내년 1월 블랙웰 매출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더 구체적 수치를 알려 달라는 투자자들 요구에는 답하지 않았다. 의구심을 완전히 씻어내지는 못한 것이다.
NYT는 "고객들은 여전히 엔비디아가 생산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칩을 원한다"면서도 △미중 갈등에 따른 대(對)중국 수출 제한 △업계 경쟁 심화 △미국·유럽 등 경쟁 당국의 반독점 위반 조사 등이 엔비디아의 성장세를 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 성장 여지가 크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엔비디아 주가가 6월 정점을 찍은 뒤 7주 동안 30% 하락했다가 다시 회복한 사실을 언급하며 "지금 엔비디아 주식 매수는 회사가 매우 높은 기대치를 계속 능가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작은 회사에서 나타나는 종류의 주가 변동성을 감수할 의지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