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총격범 매슈 크룩스(21·사망)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전 조사를 벌이는 등 범행 대상으로 여러 인물을 물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렸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표적을 결정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크룩스가 전현직 대통령의 선거 행사를 검색하고, 지난 5년간의 폭발물 정보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FBI 관계자는 "온라인 검색을 포함해 공격 계획 수립과 관련한 (크룩스의) 구체적 행위를 분석한 결과, 여러 이벤트와 표적을 주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가 7월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정보가 발표됐을 때, 이를 '기회의 표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지난달 13일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가 있기 전, 크룩스는 유세장인 '버틀러 팜쇼'에 관한 내용을 집중 검색했다. FBI는 '트럼프는 버틀러 팜쇼 어디에서 연설할까' '버틀러 팜쇼 연단' '버틀러 팜쇼 사진' 등을 크룩스가 검색했던 사항으로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잠재적인 타깃의 명단에 있었다. 크룩스는 공격 전 30일 동안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관련된 인터넷 검색을 60회 이상 했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 날짜도 여기에 포함됐다는 게 FBI의 설명이다.
이에 더해 FBI는 크룩스가 1963년 11월 22일 발생한 '존 F. 케네디 대통령 저격 사건'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트럼프) 총격 사건 일주일 전, 크룩스는 구글을 통해 '오즈월드와 케네디의 거리는 얼마였나'라고 검색했다"고 말했다. 오즈월드는 케네디 전 대통령을 암살한 총격범 리 하비 오즈월드를 뜻한다.
다만 범행 동기는 여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크룩스가 민주당과 공화당 인사를 넘나들며 총격 표적을 물색했다는 점에서 일단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범죄로 보기는 무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왜 타깃이 됐는지도 미궁에 빠져 있다. 또 다른 제3자가 총격 발생 전 크룩스의 범행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거나, 크룩스가 다른 사람과 공모한 정황 역시 발견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