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많은 한일 간 군수지원협정 추진 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벌어졌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그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한 뒤 3시간여 만에 “정부 차원의 검토는 없었다”고 입장을 바꿨다.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과 별개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나 자위대 영향력 확대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섣불리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수지원협정은 유사시나 평시 각종 군수품이나 용역을 상호 제공하는 것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과 함께 일본 측이 우리 측에 꾸준히 요청해 오고 있는 사안이다. 올 2월엔 일본의 외교분야 싱크탱크에서 이 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함께 검토되다가 밀실 추진 비판에 직면해 무산된 뒤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격화에 따라 2016년 체결됐다. 무시로 이뤄지는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따라 궤적 추적 등 우리 측 필요성도 적지 않은 터였다.
하지만 군수지원협정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자위대 개입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크다. 국민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지위를 벗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세계지도국 지위에 오르기 위해 전방위적 움직임을 펼치는 상황에서, 우리가 자락을 깔아주는 꼴이 될 수 있다. 과거사 문제에 제대로 반성조차 하지 않는 일본이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미국의 아시아 안보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국방력과 자위대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계를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 국방장관격인 방위성 장관이 2차 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경직된 일본 자세 외에도 북한의 도발 강도나 전쟁 수행 역량으로 볼 때 일본의 군수지원 협력을 받아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없다. ‘한일 동맹’이니 하는 불필요한 시비가 일지 않도록 우리 정부가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