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범죄 근절을 위해 앞다퉈 관련 입법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과잉 규제가 우려된다"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n번방' 사건을 폭로했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소한의 상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딥페이크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조기에 대책을 세우라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은 좋지만, 과잉 규제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근절 방안을 주문하자, 당정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민주당도 당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총력 대응하기로 했다.
이 의원은 국내 딥페이크 범죄 위험성이 과장됐다고 봤다. 그는 전체회의에서 불법 딥페이크 콘텐츠가 유통된 메신저 텔레그램의 대화방 참여 인원이 22만여 명에 달했다는 한겨레 보도 내용(22일)을 언급하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니 (해당 대화방에서 사용된 딥페이크 프로그램은) 해외 개발자가 만들었고, 전 세계 22만 명 정도가 참여해 있는 것"이라며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한국에서는 약 700명이, 실제로는 그보다 많을지 적을지 모르지만, 위협이 과대평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도 "규제를 통해 국산 메신저 검열만 강화되는 결과로 귀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냄비 입법과 포퓰리즘적인 대처를 한다고 사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텔레그램 규제의 경우 "다른 국가처럼 인증 서버를 완전히 차단해도 대체재가 만들어질 것이어서 조치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텔레그램과 얽힌 해프닝도 언급했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텔레그램으로 시시껄렁한 '체리따봉 험담'이나 주고받는 나라인데, 텔레그램을 쓰는 사람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2022년 윤 대통령과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이 의원을 '내부 총질 하던 당대표'로 깎아내리며 체리 모양 이모티콘을 주고받은 일을 꼬집은 것이다.
같은 당 허은아 대표는 딥페이크 논란이 남녀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급발진 젠더팔이를 그만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에 "딥페이크 음란물 공포를 젠더 갈등의 소재로 악용하는 일부 기회주의자들 처신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쪽을 악마화하면서 갈등을 조장하고, '국가재난' '텔레그램 국내 차단'까지 운운하는 호들갑에 대다수 국민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썼다.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 예방에 앞장섰던 박 전 위원장은 이들의 주장을 일갈했다. 그는 28일 페이스북에서 "딥페이크 피해 재발 방지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과잉 규제'를 먼저 언급하는 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진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시 임시 차단 조치를 하는 것을 과잉 규제라고 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들을 특정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개혁신당을 겨냥해 "(사건에 연루된) 인원수와 젠더 갈등을 언급하며 본질을 흐리지 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