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 닷새간 3100명 다녀가… "아픔 나누는 한국인들 정신에 감동"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째. 전남 무안국제공항엔 전국 각지에서 유족들을 위로하러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부터 김밥을 말고, 피자를 나눠주거나 묵묵히 유가족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까지 모두 이들의 몫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3,217명의 봉사자들이 공항을 찾았다. 김인수(56)씨는 기부품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항 곳곳에 QR코드를 만들어 붙였다.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비누, 칫솔 등의 위치가 바로 나온다. 그는 "이렇게 많은 물품을 보내주실 줄 상상도 못했다"며 "오늘은 어제보다 두 배가량 많이 온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 공항에 있는 두 개 창고는 전국 각지에서 보낸 기부품으로 이미 가득 찼다. 김씨는 유학생들을 돕는 비영리단체 '국제청년센터' 설립자로,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도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배가 가라앉는 걸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자괴감이 가슴에 사무쳤다"며 "꽃도 못 피어본 아이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이어 "10년 전 세월호 참사 때가 생각나 이곳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서로 나누고 돕는 한국인들의 정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나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 사람"이라며 "어려운 위기마다 아픔을 나누고 함께하는 한국 사람들의 정신은 'K'를 붙여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 분향소 대기시간을 체크해봤더니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리더라"면서 "나도 한국에 뿌리를 가진 사람으로서 한국인들의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는 봉사자들도 있다. 김영전 원광대 의과대학 의예과 교수, 정문주 원광대 보건과학대학 의료상담학과 교수, 김미례 한국상담학회 광주·전남 상담학회장 등은 공항동과 관리동 사이 전세버스에서 심리상담 지원에 나섰다. 1급 상담사와 간호사, 의료진으로 구성된 전문 상담 인력들이 24시간 유족 심리상담을 지원한다. 정문주(46) 교수는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때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치료"라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유족들이 언제든지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연락망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315㎞를 달려 피자를 배달한 자영업자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피자 전문점을 운영하는 장경윤(38)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피자 20판을 들고 공항으로 왔다. 그는 2007년 군 복무 중 강화도 해병대 총기 탈취 사건으로 동기를 잃었다. 17년 전 추모식 때 동기의 어머니가 목 놓아 울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고 한다. 장씨는 "전원 사망 소식을 듣고 도저히 일이 손에 안 잡혔다"고 안타까워했다. 애도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공항 합동분향소에 9,774명, 시민들 조문을 받는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1만2,025명, 전남도청 1,793명, 전남도 내 시군 1만7,927명 등 전남 지역에서만 총 4만1,519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