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관객은 인지 어려워" KBS '광복절 기미가요' 청원답변 보니

입력
2024.08.28 08:10
"스토리 전개상 '일제 찬양' 의도 아냐"
"편곡된 기미가요, 일반인 알기 어려워"
"사전심의 강화할 것, 이유 막론 사과"

KBS가 지난 15일 광복절 첫 방송으로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일본 전통 의상 기모노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을 비판하는 시청자 지적에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방송 중에 등장한 기미가요는 편곡되어 연주됐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알아채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 홈페이지에 답변을 내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 관계를 조사했고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KBS는 해당 방송으로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기생)를 상대로 한 국제 결혼이 사회 문제화한 시기다.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자식까지 빼앗기고 자살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라며 "이런 내용의 오페라 방영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해당 방송 중 '기미가요'가 흘러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적극 해명했다. KBS는 "전문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기미가요 선율은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 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동안 사용됐다. 이후 6초간 두 마디 선율이 배경 음악으로 변주돼 나왔다" 고 했다. 이어 "관련 전문가는 기미가요의 원곡이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돼 쓰였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방송 내용 제작·편성 부서 공유 못 했다"

아울러 KBS는 해당 방송의 심의 과정 등도 공개했다. "‘KBS 중계석’은 심의실의 사전 심의 없이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 심의'로 분류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 내용을 같은 제작 부서나 편성 부서와 공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을 확인 못 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한 KBS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삼일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은 사전 심의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KBS가 답변한 해당 청원은 1만6,933명의 동의를 받았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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