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히는 대구 군부대 유치 의사를 보인 대구경북 지자체들이 당초 군부대 예정 부지보다 넓은 규모의 훈련장 요구에 난감해하고 있다. 신청 지자체는 "열심히 준비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고 있지만 사업계획 변경에 답답한 속내를 보이고 있다.
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국방부와 육군본부, 대구시 등은 이달 3, 4일 이틀에 걸쳐 대구 군위군과 경북 상주시, 영천시, 의성군, 칠곡군이 제출한 훈련장 부지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다. 군은 부지가 훈련장으로 사용하기 적절한지 여부를 들여다 볼 예정이다.
5개 지자체도 최근 훈련장 부지에 대한 보완 사항을 제출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제는 국방부의 시간"이라며 "군에서 작전성과 임무수행 여건 등을 종합 평가해 이달 말쯤 후보지를 추리면 대구시는 연말까지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는 실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내부 결속에 집중하고 있다. 연간 4,600억 원 가량의 생산유발효과와 4,000개 이상 일자리 창출 등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될 군부대 유치의 부가 효과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군위군은 훈련장 등 요구 사항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대구시로 편입된 만큼 군부대가 이전하더라도 기존 대구 인구가 유출되지 않는다는 점도 들고 있다. 군위군 관계자는 "군부대에 훈련장이 따라오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며 "분지 지형이 많아 사격 훈련을 하더라도 소음 피해도 적다"고 강조했다.
상주시는 읍면동을 중심으로 설명회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주민 설득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후방 지역 교통이나 정주여건이 잘 조성돼 있고, 부지도 넓어 임무수행의 최적지임을 내세우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군부대를 유치해 지역 소멸 위기 극복의 단초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3사관학교를 보유한 영천시도 유치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인데, 각계 전문가를 초청해 이통장 등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성군도 신공항에 이어 군부대까지 유치해 지역 발전의 방점을 찍겠다는 계획이다.
여타 지자체처럼 대대적인 유치 활동을 벌였던 칠곡군은 반발하고 있다. 5,000여 명이 주둔한 캠프 캐롤 미군 부대와 연계해 군 작전 연계성을 높이고, 대구 시내와도 인접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훈련장 부지 포함 소식에 여론이 뒤숭숭하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최근 "군부대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과 지역 안정인 만큼, (훈련장 부지가 포함되면) 칠곡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유치 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각 지자체들의 표면적 입장은 '적극 유치'지만 추진 과정에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장 현지 실사가 예정돼 있어 섣불리 입장을 표명했다 유치전에서 밀려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방부나 대구시가 직접 설명을 하는 과정도 없었고, 군부대를 유치한다고 했으니 훈련장도 받아야한다는 식으로 통보됐다"며 "5개 시군이 똑같이 경쟁하는 마당에 민감한 사안을 왜 미리 이야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유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모든 과정이 달갑지는 않다"면서도 "현재로선 실사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앞서 군은 포병, 전차 등의 사격이 가능한 대규모 실전 훈련장을 요청했지만, 대구시는 포병 등 사격은 제외한 '과학화 훈련장'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대구시와 국방부는 지난 7월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에게 군부대 이전 후보지(845만㎡)와 별도로 공용화기 사격장 등이 포함된 훈련장 부지(1,043만㎡)를 포함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훈련장은 전술훈련과 박격포 등 공용화기 사격이 가능한 종합훈련장으로 조성된다. 대구시는 주민 수용성과 사업성을 고려해 올 연말까지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