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갈등에 청양 지천댐 건설 정부 설명회 무산

입력
2024.08.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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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지역 네 번째 댐 건설 추진
주민 단상 점거로 청양 설명회는 무산 
부여지역 주민설명회는 순조롭게 진행...

충남 청양군에 다목적댐을 건설하기 위한 정부의 주민설명회가 주민 갈등으로 무산됐다.

환경부는 27일 충남 청양군 청양군문화예술회관에서 '지천댐'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주민 간 충돌로 열리지 못했다. 정부는 앞서 1991년과 1999년, 2012년 등 세 차례에 걸쳐 청양 지역에 댐 건설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날 오전 주민설명회가 예정됐던 청양군 문화예술회관 대강당은 오전 9시 50분쯤부터 주민들이 몰려들어 찬반 구호를 외치며 대치했다. 반대 측 주민들은 환경부 관계자들의 입장을 막고 “환경부는 물러가라”, “지천댐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반대 측 주민들은 "댐 후보지 발표 전에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구했어야 한다"며 절차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찬성 측 주민들은 "설명회에 참석해 설명이라도 들어봐야 한다"고 맞섰다.

반대 측 주민 복영수(65)씨는 "서산이나 보령에서 아파트를 짓고 공장 짓는 데 왜 (댐을 건설해)청양 물을 쓰게 하냐"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김명숙 전 충남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후보지를 발표하고서 주민설명회를 열겠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가 댐 건설을 강행하려는 술책"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찬성 측 주민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현규(50)씨는 "댐 건설로 관광 인프라 구축 등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인구 3만 명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데 (댐 건설에) 반대한다고 청양 발전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형일(62)씨는 "청양은 대청댐과 보령댐에서 매년 14억 원을 주고 물을 사 먹는다"며 "30년 전에는 댐 건설을 반대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면서 볼멘소리를 했다.

이날 반대 측 주민 40여 명이 단상을 점거하고 30여 분간 시위를 이어가면서 설명회는 열리지 못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이런 상황에서 설명회를 열기 어렵다”며 다음에 다시 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리를 떠났다.

지천댐은 청양군 장평면과 부여군 은산면 일원에 담수 용량 5,900만 ㎢ 규모로, 하루 11만 ㎢의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부터 부여군 은산체육관에서 열린 댐 건설 주민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발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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