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축소·은폐 허위 공시' 이화전기 김영준 전 회장 구속

입력
2024.08.27 00:09
法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 영장 발부
전직 경영진 3명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수사 은폐·축소 등 공시 주가부양 의심
미공개정보 이용 등 메리츠증권 수사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축소·은폐한 혐의로 김영준 전 이화전기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김미경 부장판사는 26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미공개정보이용 등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과 전직 경영진 3명 등 총 4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김 전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증거 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회장과 같은 혐의로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성규 이그룹(옛 이화그룹) 총괄사장 등 3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김 부장판사는 김 총괄사장 등 3명에 대한 영장을 기각하면서 △범행에 관한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돼 있고 △관련 참고인 등의 진술에 대해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보이는 점 △주거가 일정하며 가족관계에 비추어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 점을 공통된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김 총괄사장에 대해선 "이그룹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떠나 다시 범행에 가담하지 않을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면서 "범행 가담 내용과 정도, 경위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경영진 두 명에 대해서도 각각 "범행 가담 내용과 정도, 그룹이나 회사 내 지위와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 등은 전환사채(CB) 매각을 앞둔 지난해 3~4월 김 전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자 횡령액 등을 축소·은폐한 자료를 자사 홈페이지에 게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거래정지 여부가 결정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사실을 고의로 숨겨 주가 부양 등 이득을 보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회사 상장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과정으로, 심의 대상으로 결정되면 매매 거래정지 상태가 지속된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이화전기 등 이그룹 계열사들을 압수수색한 뒤 두 달 뒤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과 조세포탈 혐의로 김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이진용)가 19일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화전기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도에 언급된 경영진은 지난해 퇴사한 임원으로서 현 경영진과는 무관한 전 이그룹 소속 경영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여전히 이화전기 등이 포함된 이그룹의 실질적 회장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의 허위 공시 혐의를 면밀히 조사하는 동시에 메리츠증권과 관련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하루 전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확보한 이화전기 5,838만2,142주를 매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이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관련 수사를 본격화했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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