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이 불거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쌍용차 파업·세월호 참사 폄하 발언에 대한 사과를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잘못됐다"며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듯한 답변도 했다. 야당은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고용부 장관에 어울리지 않는 인사"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쌍용차 노동자 파업을 '자살 특공대'라고 한 발언에 대해 "지금은 쌍용차가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에는 너무 과격한 노동운동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발언을)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도 했다. 당시 '과잉 진압'을 인정한 경찰의 공식적 사과와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고용부 장관 후보자가 정작 노동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사과 대상은 언급하지 않은 채 "제 발언으로 상처받은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노사 법치를 더욱 단단히 다지겠다"며 '노사 법치주의 강화'를 첫 과제로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른바 '건폭(건설노조 폭력) 단속'과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사 법치주의를 성과로 내세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고용부 장관에 취임하면,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이 가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김 후보자는 기업에 대해서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자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와 관련된 삼성 임직원 유죄 판결을 두고 "과도한 범위에서 처벌됐다"고 두둔했다. 김 후보자는 이들이 지난 2019년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때도 "문재인 노동인권 변호사(당시 대통령)와 김명수 대법원장의 속성이 반재벌·친민주노총임을 잘 드러내주는 판결"이라고 해 뒷말을 낳았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왜곡된 인식도 드러냈다. 김 후보자는 서울 광화문에 있던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해 과거에 "재미 봤으면 걷어치우라"고 극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화문 광장에 추모 공간을 만드는 것은 잘못됐다"고 문제 삼았다. 야당은 "이런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대통령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용우 민주당 의원)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과거 경기지사 등의 경력을 거론하며 "현장 경험이 김 후보자처럼 많은 고용부 장관이 지금까지 있었느냐”(김위상 국민의힘 의원)라고 옹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옹호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탄핵은 잘못됐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재평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특히 "박 전 대통령 하고는 나이도 같고 같이 쭉 살았기 때문에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나도 뇌물죄"라면서 "그분은 정말 뇌물도 알지도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2019년 서울 광화문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해 "뻘건 윤석열이부터 검찰총장이라는 저 뻘건 사람들, 죄 없는 박근혜 대통령을 33년형으로 적폐 청산한다는 이름으로 다 잡아넣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집회를 하다 보면 감정적이고 격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윤석열 대통령이 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을 맡아 직권남용 및 강요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주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