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데… 일본인 대부분 "분화 대피 훈련 안 해"

입력
2024.08.26 13:52
방재 조직 90% "폭발 대피 훈련 안 한다"
이유는… "어떤 훈련해야 할지 몰라서"
위험성 인식·분산 대피 숙지 대책 필요

일본의 대표 명산인 후지산의 폭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정작 일본 국민은 분화 시 대응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분화 시 대피 계획을 숙지할 수 있게 훈련 방법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도에 따르면 후지산 분화 위험 지역에서 방재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주민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화 위험 지역인 시즈오카현이 2022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역 내 방재 담당 조직 90% 이상이 '분화를 가정한 대피 훈련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40% 이상은 방재 훈련을 안 하는 이유로 '어떤 훈련을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를 꼽았다.

후지산 분화 방재 대책이 미흡한 것은 지진이나 홍수처럼 자주 일어나는 재해가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인식해서다. 도쿄대 종합방재정보연구센터가 2021년 연 1회 이상 산에 오르는 사람 9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등산 시 화산 분화에 조심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17.6%에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지산이 폭발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백 도에 달하는 화산 분출물이 시속 100㎞의 속도로 흘러내리면 순식간에 지역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1991년 6월 나가사키현 운젠산에서 발생한 분화로 4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요시모토 미츠히로 야마나시현 후지산과학연구소 연구부장은 아사히에 "후지산은 국내(일본)에서 보기 드문 대형 화산으로, 분화 시기뿐 아니라 어떻게 분화할지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후지산 폭발 시 방재 로드맵을 수정했는데, 인근 지역인 시즈오카·야마나시·가나가와현에서 11만6,000여 명이 대피해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피난이 필요한 인구가 수정 전의 7배로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피 시간 확보가 중요한 만큼 위험 지역 주민들이 '분산 피난 계획'을 숙지하게 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분화구에 가까운 주민들은 차로, 그 외 지역 주민은 도보로 대피하는 것이 좋다고 일본 언론들은 설명했다. 요시모토 연구부장은 "얼마나 이동해야 도망갈 수 있는지 인지하는 훈련이 필요하고, 분산 피난의 중요성도 알려야 한다"며 "학교에서는 지진과 함께 화산 재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