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비명)계 주축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전략으로는 차기 대권 도전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 활동을 재개한 김 전 총리는 같은 비명계 인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두고 "민주당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김 전 총리는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의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지난 8·18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국민적인 눈높이와는 좀 다른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당시 이 대표는 85.4%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9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는 게 국민적인 감동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당내 다양성이 위축됐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김영삼 이런 분들도 당을 장악할 때 평균 60~70%의 지지율로 당대표가 되고, 비주류의 몫을 인정을 하며 당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새 지도부가 친이재명(친명)계 일색으로 꾸려진 것을 경계한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 당내 비명계 인사의 등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 '초일회'나 친문계 연구모임 '민주주의 4.0'을 두고 "한 분, 한 분을 보면 각 분야의 정책 전문가이기도 하고, 그분들이 발의한 것들이 현재 법으로 채택된 것도 많다"고 평했다. 친명계 반발을 의식한 듯 김 전 총리는 "단합이나 이런 게 다 좋지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생명력은 다양성"이라며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들이 존중받아야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유지되고 그만한 정도의 힘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특히 김 전 지사의 역할론을 띄웠다. 김 전 지사에 대해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라며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만한 잠재력이 있고 경남지사 때 보여준 도정 운영 등을 보면 충분히 민주당의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당 차원을 넘어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도 유연한 리더십을 주문했다. 그는 "당대표가 된 것 자체가 이 대표한테 큰 성취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다음에 대통령이 되겠다면,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할 때 '국회 차원에서 따질 건 따지고, 도와줄 건 도와주겠다'는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주요 여권 인사들을 탄핵으로 압박하는 행태도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탄핵이라는 건 정말로 제대로 뭔가 작동하지 않을 때 국민들의 강한 매인데, 그걸 일상적으로 하면 다음에는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겠나"라며 "국민들이 봤을 때 별로이고, (탄핵 소추) 당사자들도 별로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안 발의가 지지층 결집을 노린 것이라는 시각에 대해 김 전 총리는 "언제까지나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건가.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잠행을 이어왔던 김 전 총리는 본격 정치 활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정치도 오래 하고 국가 고위직까지 지낸 사람이 보통 사람처럼 평론만 하고 있을 건가. 할 말은 해야 되는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그때그때 국민들이 답답해하는 부분을 전달하고 필요한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 본인이 김 전 지사, 김동연 경기지사와 함께 '3김'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선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과 감히 저희를 비교하는 것은 (평가가) 많이 넘친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 전 총리 등 새로운 '3김'이 야권 대권주자로 부상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은 너무 이른 이야기"라며 거리를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