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보다 넓게 볼 '디올백 수심위'... 尹 김영란법 위반까지 다룰까

입력
2024.08.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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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김 여사 측, 수심위 준비 착수
외부위원 '尹 신고의무' 거론 가능성
'출장조사' 등 절차 문제제기할 수도

외부인의 눈으로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다루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수사팀에서 넘어온 것' 이상으로 광범위한 주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은 물론,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판단할 예정이고, 출장 조사 및 봐주기 논란 등도 논의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법 위반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심위 외부 전문가들이 수사팀 결론과 국민 법 감정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메꿀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직무관련성 판단이 핵심 쟁점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 주축으로 구성된 수사팀과 김 여사 양측 모두 수심위 현안위원회에서 개진할 의견을 정리 중이다. 현안위에선 양측 의견을 듣고 질의응답을 거쳐 수사 계속 및 기소 여부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의혹 사건을 수심위에 직권 회부하면서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시키도록 명시한 만큼, 수사팀과 김 여사 측은 이에 대해서도 기존 판단을 재차 점검·보완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직무관련성이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본인은 그 명목과 상관없이 기준 이상 금품을 받아선 안 되지만, 공직자 배우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기준 이상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 최재영 목사가 건넨 명품가방 등이 '김창준 전 미국 하원의장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 청탁을 위한 것인지, 이 사안들이 윤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 여사 측은 '김 여사가 이런 내용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가방 전달과 관련 없는 시점에 전달받은 뒤 거절한 청탁'이라는 입장이다. 검찰도 진술과 객관적 증거 등을 근거로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직무관련성은 폭넓게 인정하는 전례가 많았던 만큼, 외부 위원들이 명품가방 성격을 수사팀과 다르게 볼 여지도 있다. 다만 최 목사의 선물에 직무관련성이 있다 해도 청탁금지법엔 공직자 배우자 처벌 규정이 없어 기소 의견을 내기는 힘들어 보인다.

윤 대통령 문제도 수심위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신고 의무를 어겼는지 여부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 금품 수수를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된다. 윤 대통령은 늦어도 명품가방 관련 취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이후엔 가방의 존재를 인지했지만, 별도 신고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고 한다. 상급기관이나 소속 기관장을 두고 있지 않은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게 김 여사 측 입장이다. 대통령은 인지가 곧바로 신고와 같은 효력을 발휘한다는 논리다.

더 엄격한 알선수재… 대가성 입증 필요

배우자 처벌조항 미비로 청탁금지법 기소를 피할 수 있는 김 여사 입장에선, 알선수재 혐의가 더 위협적일 수는 있다. 다만, 알선수재 혐의는 '공무원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보다 입증이 더 어렵다. 즉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을 입증한 뒤 해당 금품이 알선 대가라는 점까지 입증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총장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직접 언급했지만, 이는 철저한 검토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레토릭)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변호사법에선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 또는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받은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문언상 '청탁'이라는 용어가 추가된 걸 제외하면 사실상 알선수재 혐의와 구성요건이 같다.

검찰 안팎에선 수심위가 수사팀 결론을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고가의 명품가방을 받았음에도 처벌하지 못한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국민 법감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법리적으로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 등을 입증하기도 여의치 않다는 얘기다.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수심위 특성상, 기소 여부 결론과 별도도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다거나 △'출장 조사'처럼 절차적으로 공정하지 못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수심위 심의·의결 과정에서 위원들이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해 궁금한 걸 묻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