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계 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여름 고시엔에서 야구부 창설 25년 만에 첫 우승기를 품에 안았다. 1915년 시작된 여름 고시엔에서 외국계 학교의 우승은 처음이다. 결승 후 한신고시엔구장에는 승리팀의 교가를 틀어주는 관례에 따라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고, 이는 공영방송 NHK를 통해 생중계됐다.
□ 여름 고시엔의 정식 명칭은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다.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프로야구팀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고시엔구장에서 열려 '고시엔'이란 이름으로 통한다. 일본 전역 3,700여 고교 야구부 중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별 예선에서 우승한 학교가 출전한다. 경쟁이 치열해 본선 진출만으로 영광이라 부를 정도로 고교야구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 1947년 재일동포들이 민족교육을 위해 돈을 모아 교토조선중학교를 세운 것이 교토국제고의 시작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고, 1990년대 후반 학생 수급과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2003년 일본 정부의 인가를 얻어 일본 학생의 입학을 받고 있다. 야구부 창설은 학생 수급을 위한 방편이었다. 현재 중·고등부 재학생이 160명인데, 고등부 남학생의 약 90%인 61명이 야구부인 배경이다. 결승 상대였던 간토다이이치고의 재학생이 2,500여 명, 야구부가 92명인 것과 비교하면 열악한 환경을 딛고 기적을 쓴 셈이다.
□ 재학생의 60% 이상이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한국 또는 일본 국적의 재일동포, 한국 유학생 등이다. 남학생은 야구, 여학생은 K팝 등에 관심을 갖고 입학한다고 한다. 과외 활동으로 한국어와 한국사, 한국 문화를 가르치며 학교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교토국제고의 선전에 한국에선 민족학교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일본에선 "왜 다른 나라 학교가 (일본)대회에 나오느냐"는 차별적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민족', '국적'에 갇히지 않은 열린 시각으로 봐야 야구로 이어온 한일 협력의 상징이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