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경기 부천시의 호텔 화재는 복도가 좁고 창문이 작은 호텔 구조와 스프링클러 미설치, 에어매트 미고정 등이 겹치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23일 부천 원미구 중동 화재 현장에서 합동 현장 감식을 벌였다. 합동 감식에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조사팀 등 5개 기관이 투입됐다. 합동감식팀은 불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된 건물 7층의 810호 객실을 중심으로 1시간 30분가량 감식을 진행했다.
화재는 전날 오후 7시 34분쯤 발생했다. 5분 뒤인 7시 39분쯤 810호 객실에서 연기가 난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4분 뒤인 7시 43분쯤 소방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관할 소방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하는 대응 1단계가 발령됐다. 12분 뒤인 7시 55분쯤 연기가 급격하게 퍼지면서 7층 객실에 투숙한 남녀가 지상 에어매트(공기안전매트)로 뛰어내렸으나 두 사람 모두 숨졌다.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7명 중 나머지 5명은 질식사했으며 7층 객실(2명), 8층 엘리베이터 앞(2명)과 객실(1명)에서 각각 발견됐다. 부상자는 총 12명으로, 중상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퇴원했다. 화재는 2시간 10여 분 만인 오후 10시 26분 완전히 꺼졌다.
대형 화재에 이어 대피 중 추락사까지 목격한 주민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주민 정경수(44)씨는 "여성이 급하니까 먼저 뛰어내렸는데 튕겨 나갔고 하필 그때 바람이 불면서 매트가 들썩거렸고 이어 뛰어내린 남성도 튕겨 나갔다"면서 "두 사람이 뛰어내리자마자 시커먼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호텔 인근에서 요식업을 하는 가재선(55)씨는 "매트에서 '쾅'하는 큰소리가 났고 이후 소방이 진입하면서 유리 파편이 여기저기 튀었다"면서 당시의 혼란한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은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810호가 투숙객 없이 비어있었던 점을 토대로 담뱃불 등 실화 가능성보다는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불이 나기 전 810호 투숙객은 호텔 측에 "타는 냄새가 났다.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6층 객실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관계자는 "현재 화재 원인을 '에어컨 스파크'로 추정 중"이라며 "확실한 것은 감식 보고서가 나오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발화실(810호) 문이 열려 있었던 점 △복도가 좁고 창문이 작아 연기 배출이 안 되고 열이 축적된 점 등을 피해가 커진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 본부장은 "(810호 투숙객이) 발화실 문을 열고 나와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며 "다른 투숙객들이 대피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은 2004년 준공됐는데 스프링클러가 설치돼있지 않다. 소방당국은 건물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점, 에어매트가 경사진 바닥에 설치된 데다 고정하는 인력이 없었던 점등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2017년부터 6층 이상 신축 건물에 층마다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요양병원 등을 제외하면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부천원미경찰서와 경기남부청 형사기동대 등 84명 규모의 전담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정확한 화재 경위와 원인 규명을 위해 투숙객과 호텔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7명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