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뒤집힌 에어매트… 인원 부족해 모서리 못 잡았다"

입력
2024.08.23 11:12
소방 "에어매트 정상 설치, 모서리로 낙하" 해명
사망자 7명 중 5명 질식사, 복도 좁아 피해 커져

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 7명 중 5명은 급속히 퍼진 유독가스 등 연기로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2명은 지상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투숙객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릴 당시 소방 인원이 부족해 에어매트 모서리를 잡지 못했다는 소방 당국 해명이 나와 부실 설치 논란으로 불붙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3일 오전 19명의 사상자가 난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현장을 찾아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사고 발생 및 수습 상황을 보고받았다.

화재가 난 호텔은 복도가 좁고 창문이 작은 데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돼 있지 않아 내부를 가득 채운 연기 때문에 투숙객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사상자 대부분이 발화 지점과 가까운 8층과 9층 객실 및 계단,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조 본부장은 "에어매트로 사망한 2명에 대해서는 부검이 이뤄져야 하고, 나머지 5명은 전부 연기 질식사"라며 "발화가 된 810호 문이 열려 있어 연기가 급격하게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화재가 난 숙박업소가 복도가 좁고 객실 창문이 작아 배연이 안 되고 열축적이 많아 투숙객이 대피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투숙객 2명이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사망한 것과 관련해서도 소방 당국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화재 당시 남녀 2명은 불이 나자 8층 객실에서 호텔 밖 1층에 설치된 소방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으나 사망했다. 한 투숙객이 촬영한 영상에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8층 객실 창문으로 투숙객으로 추정되는 2명이 불과 4∼5초 차이를 두고 호텔 바깥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모습이 담겼다.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 설치상 오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망자가 매트의 모서리 부분으로 뛰어내리면서 피해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조 본부장은 "에어매트는 아주 정상적으로 설치를 했다"며 "중앙 부분으로 낙하를 해야 가장 안전한데 창문도 작고 그래서 모서리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첫 번째 투숙객이 떨어진 이후 에어매트가 뒤집어진 것과 관련해선 "바닥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부분이라 경사도가 있었다"며 "뒤집어진 현상에 대해서는 전문가 자문을 받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장관은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물었고 조 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일부 사람은 있었지만 딱 잡아주고 그러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그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최현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