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가족의 과반은 환자에게 폭력을 당했고, 5명 중 1명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질환자만큼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이 처한 상황도 심각하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정신질환자 1,078명과 환자를 돌보는 가족 99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가족들의 돌봄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신질환자 가족 중 61.7%는 환자를 돌보는 부담이 크다고 답했고,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보호자 사망 뒤 환자가 혼자 남았을 때의 막연한 불안감(42.1%)을 꼽았다. 또한 57.5%는 환자에게 폭력을 경험했고,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한 비율은 20.5%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살실태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성인 응답률(14.7%)보다 높았다.
자살을 생각한 가족들의 40%는 구체적으로 자살 계획을 세운 적이 있고, 28.4%는 시도까지 했다. 이런 상태로 몰린 원인으로는 과반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양육, 수발, 돌봄 부담(51.0%)을 지목했다. 이어 자신의 육체와 정신적 건강 문제(37.3%), 빈곤 등 경제적 어려움(30.9%) 순이었다.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좋다'는 응답률도 20.9%에 그쳤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본인을 건강하다고 답한 성인 비율이 36.2%였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률 역시 19.1%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준 일반 국민의 만족 수준(42.2%)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환자를 돌보다 본인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았다고 답한 가족도 22.8%였다. 또한 56.4%는 친인척이나 친구, 이웃 등 주변으로부터 차별을 당한다고 인식했다.
이들이 돌보는 정신질환자의 평균 연령은 43.8세였고 환자의 질환은 조현병 스펙트럼(48.1%), 우울증(20.1%),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14.9%) 순으로 많았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실태조사를 토대로 신속한 조력을 위한 위기개입팀 운영 등 정신응급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내년부터 주거 지원 서비스를 시작해 정신질환자와 그들 가족의 삶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