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성추행 당하자 폭발... "마을금고 폭파" 위협한 아버지 집행유예

입력
2024.08.22 15:19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참작

새마을금고 직원이었던 딸이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것에 분노해 금고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한 아버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6단독 송혜영 판사는 22일 현주건조물방화 예비 혐의를 받는 문모(56)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문씨는 올해 2월 17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소재의 건물 1층 자동입출금기(ATM)에 부탄가스 약 30개를 놓은 뒤 경찰에 전화해 "가스를 가져다 놓고 다 터뜨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즉시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라이터를 든 문씨를 체포했다. 당시 ATM 이용객이 없어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문씨는 자기 딸이 새마을금고에 근무하던 중 이사장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격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사장은 문씨의 범행 이틀 전 술집에서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범행 사실을 인지한 뒤 해당 이사장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그 이사장은 올해 3월 강제추행 혐의로 송치됐고, 피해자인 문씨의 딸은 사건 3개월 뒤 퇴사했다.

송 판사는 "다수가 거주하는 건물 1층 ATM에서 범행 예비해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고 112 신고를 해 자수했다는 점,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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