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4부작 | 청불
자경(조윤수)은 살인청부업자다. 아버지와 함께 일한다. 어느 날 아버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후 일 하나를 의뢰받는다. 삼엄한 경계를 뚫고 ‘물건’ 하나를 탈취해 오는 일이다. 의뢰인은 정체불명이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나 본업은 아니다. 외양은 조직폭력배이지만 국가 정보기관 요원이라는 소문이 있다. 자경은 물건을 빼내나 무슨 이유인지 의뢰인의 공격을 받고 도주한다.
드라마 ‘폭군’은 의문부호를 띄우며 시작한다. 자경에게 일을 시킨 이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들이 훔쳐내고자 하는 물건은 어떤 용도에 쓰이는 걸까. 정보기관 간부인 최 국장(김선호)이 의뢰인 윗선인데, 그는 왜 굳이 청부업자를 고용해 일을 처리할까 등 의문이 이어진다.
최 국장이 훔쳐내려 한 물건은 오랫동안 공들인 극비 연구의 결과물이다. 미국 정부에 들통이 나 전량 폐기 명령이 내려졌다. 최 국장은 이에 맞서려 하고, 미국 정보기관 요원 폴(김강우)과 국내 정보기관 간부들은 최 국장의 행보를 저지하려 한다. 자경은 의도치 않게 정보기관 사이 세력 다툼에 끼게 된다.
자경은 우회와 두려움을 모르는 인물이다. 다중인격으로 무술 실력이 빼어나다. 그는 정보기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복수를 위해 몸을 던진다. 살벌한 인물이기는 하나 액션물에서는 매력적이다.
자경과 정반대 인물이 있다. 임상(차승원)이다. 최 국장 지시를 따르는 퇴직 요원이다. 그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점잖다. 시비가 붙은 고교생들에게 끌려가며 “심사숙고하셔야 할 텐데요”라는 식으로 능청을 떠나 그는 냉혈한이다. 허술한 듯 완벽을 추구한다. 느물거리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자경과 임상은 ‘폭군’을 떠받치는 버팀목 같은 인물들이다. 딱히 신선하지 않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드라마의 주제는 애국이다. 최 국장과 부하 직원들은 나라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버릴 각오가 돼 있다. 잔인하고 야비한 행동을 마다하지 않는 폴 역시 애국심을 내세운다. 임상은 은퇴 후에도 생활비를 위해 ‘일’을 계속하는 듯하나 실제 동인은 나라를 향한 마음이다.
자경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이 애국을 강조하나 애국은 피비린내 진동하는 액션 장면들을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드라마엔 잔혹한 장면들이 많다. '굳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자경이 승용차를 탈취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박훈정 감독은 영화 ‘브이아이피’(2017)와 ‘낙원의 밤’(2021) 등에서 이미 보여줬던 홍콩 누아르 스타일 액션을 ‘폭군’에서도 재현한다. 화려하나 공감하기는 어려운 그만의 ‘폭력 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