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가족 여행지로 각광받으며 70, 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온천 도시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17년 폐업한 부곡하와이, 100년 넘는 역사에도 지난해 문 닫은 대전 유성관광호텔을 보면 전망이 밝진 않다. 그러나 고령화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건강도 챙기고, 지역경제를 덥히는 수단으로서 온천이 재조명받고 있다.
22일 행정안전부 ‘온천시설 및 관리현황 조사’(202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온천 이용객은 4,560만 명으로, 전년(4,121만) 대비 10.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전(2019년, 6,482만 명)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꾸준히 회복하고 있는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온천이용업소 중 목욕과 숙박업소가 아닌 7곳의 의료시설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온천이용업소가 575개에서 547개로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온천 의료시설은 줄지 않았다”며 “해당 시설 이용객은 전체 온천 이용객보다 더 큰 비율로 늘고 있어 국내 온천산업이 목욕과 숙박업 중심에서 보양, 치유, 치료로 옮겨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온천수를 의료에 이용하고 있는 시설 중 한 곳인 충북 충주위담통합병원의 조병규 총무팀장은 “온천수치료실 이용 환자 수가 지난해 상반기 4,085명에서 올해 4,660명으로 14.1% 증가했다”며 “환자ㆍ보호자 만족도 조사에서 많은 분이 ‘온천수 치료 프로그램’을 거론하며 큰 만족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온천욕은 통증완화와 면역력 증강 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병원에서 온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내원 환자도 늘고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농업 등 자연자원을 이용한 치유산업처럼 온천의 치유 기능을 산업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최근 탄력받는 분위기다. 지난해 행안부가 충남 아산, 경남 창녕, 충북 충주 3곳을 ‘온천도시’로 처음 지정한 데 이어, 최근 아산시는 온천치유체험센터 조성과 함께 온천요법의 건강보험 편입을 위한 용역에도 착수했다. 국내 최고(最古) 온천 역사를 가진 아산에는 온양, 도고, 충무온천이 근접해 있고, 다른 온천지구와 비교해 수도권 등지로부터의 접근성이 좋다.
온천도시 7곳 추가 지정을 예고한 행안부는 아산시가 용역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을 경우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온천요법의 건강보험 편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온천을 가진 많은 지자체가 온천산업 쇠락으로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며 “온천이 국민건강도 챙기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 연내 초고령사회(65세 이상이 전체 인구 20%) 진입을 앞둔 만큼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온천 이용 실태를 조사한 동의대 온천의학연구소에 따르면 꾸준한 온천 이용은 지역 노인들의 의료비 지출 감소로도 이어졌다. 조수연(한의학) 박사는 “일본의 14개 지자체가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온천보건사업'을 시행한 결과, 지자체의 의료비 지출이 평균 6.3%, 최고 17.4% 감소했다”며 “한국도 온천 시설 관리와 안전에 초점 맞춰진 온천 정책을 국민 건강 증진 등 보건ㆍ복지 측면에서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