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핵무기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핵 전략 계획을 극비리에 승인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가 미사일 방어로 억지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반도를 둘러싼 핵 환경과 핵 위협의 수준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만큼 패러다임 변화와 최악 상황을 염두에 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이 ‘핵운용지침’으로 불리는 핵 전략을 수정한 건 최근 북중러가 서로 협력하며 핵 역량을 급속도로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건 중국의 핵무기 확장 속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500기 수준인 핵무기를 2035년까지 1,500기로 늘릴 심산이다. 4,400기 가까운 핵을 보유한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을 협박해왔다. 미국은 북한의 경우 보유 핵무기가 60기 이상으로 늘며 위협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중러가 공모해 미국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현재 3,700기 수준인 핵무기 체계를 조정하기 위해 핵 지침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핵 전략 수정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차원인 만큼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승리해도 방향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한반도는 대만과 함께 미중 핵 경쟁의 최일선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구나 북핵을 미사일 방어 체계로 막을 수 없다면 우리도 한미 동맹만 믿고 손을 묶어둘 순 없게 된다. 모든 선택지를 열어두고 특단의 대책을 추진해야 할 때다.
미 민주·공화, 양당이 모두 정강에서 '북 비핵화' 목표를 삭제한 데 이어 미 정부의 핵 전략까지 수정된 건 전 세계 핵 경쟁의 판도 자체가 바뀌는 신호탄일 수 있다. 우리가 미중 충돌의 흐름까지 되돌릴 순 없겠지만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지켜만 볼지, 우리의 안보를 더 튼튼히 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할지는 정부의 태도와 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