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강화' 잇도록 기시다 방한 조율… "윤석열 정부에 되레 마이너스"

입력
2024.08.21 20:30
퇴임 앞둔 기시다, 굳이 방한하려는 이유
"차기 정권서도 한국 중시" 메시지 강조
윤 정부 '대일 굴욕 외교' 논란 키울 수도

다음 달 퇴임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일본 언론들이 '후임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 성과를 알리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부의 '저자세 대일 외교 논란'을 감안하면, 자칫 양국 관계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NHK방송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 강화 흐름을 이어가겠다며 방한 일정을 한국 정부와 조율하고 있다. 다만 성사된다 해도 이는 '총리'로서 그의 마지막 한국 방문이 될 게 확실하다.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인 기시다 총리는 지난 14일 '차기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다음 달 27일 자민당 새 총재가 선출되면 총리직에서 자동으로 물러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서는 다수당(자민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다.

셔틀외교 순서를 고려하면 기시다 총리가 올해 5월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만큼,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에 갈 차례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은 강화된 한일 관계를 재확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NHK는 "(기시다 총리는) 퇴임 후에도 한국을 중시하는 일본의 외교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것을 전하려 한다"며 "관계 개선 흐름이 (차기 정권에) 이어지도록 길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총재 선거 불출마 기자회견 당시에도 "내년에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일 굴욕 외교' 논란 탓에 한국에서는 최근 반일 여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정부는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합의하면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를 명기하기로 합의했으나, 실제 전시시설에는 '강제성' 표현이 전혀 없어 '일본에 양보만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또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7일 TV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소극적인 과거사 반성 태도를 두고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발언한 것도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해당 언급은 '중일마'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일본 언론도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교도는 "(한국에서) 사도광산 문제로 '윤석열 정권이 일본의 역사 왜곡에 동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한국 정부는) 기시다 총리 방한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실현 여부는 유동적"이라고 짚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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