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가 KTX오송역 철로 아래 공간에 사람들을 모으는 전시·회의 시설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어둑한 유휴 공간을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는 창의적 시도라는 평가와 함께 안전·소음 등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나온다.
21일 도에 따르면 KTX오송역 철길 아래 빈 공간(선하공간)에 건축물을 지어 도정 홍보·전시 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박병현 도 건축문화과장은 “고속철도 선하공간 활용은 전국 첫 시도”라며 “유휴 공간을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문화공간으로 새 활용(업사이클링)하는 사업”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오송역 선하공간은 철로가 설치된 높이 18m의 콘크리트 교량과 지상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현재 이곳은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데, 상판 아래 부분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바로 이 빈 곳에 가설 건축물을 지어 활용하겠다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도는 우선 오송역 B주차장 일원을 대상 사업지로 정했다. 이곳 1,105㎡ 부지 선하공간에 연면적 990㎡ 규모의 가설 건축물을 지을 참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 6월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해당 선하부지에 대한 사용 허가를 받았다.
건축물은 주차장 위에 필로티 구조로 건립된다. 지상 약 3.6m 높이에 바닥을 치고, 층고 8~9m가량의 철골조 건물로 시공할 예정이다.
도는 총사업비 36억 원을 들여 10월쯤 착공, 연말까지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내부 치장을 거쳐 내년 3월쯤 개관할 이곳에는 도정을 홍보하는 전시관이 들어선다. 또 부대시설로 소규모 회의실과 강연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충북도는 지난해부터 선하공간 활용 사업에 공을 들였다. 김영환 지사가 직접 나서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등 관계 기관 설득 작업과 협업을 진행했다.
김 지사는 “새로운 개념의 업사이클링 사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오송역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교통 중심지로 전국에서 접근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며 “선하공간이 전 국민의 소통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면 전국적인 업사이클링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과 소음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오송 주민 김주환씨는 “고속철도 환승역에 사람이 모이고 지역을 홍보하는 공간이 생기는 걸 반대하지 않지만, 철로 바로 밑에 시설이 들어서면 소음 공해가 극심해 제 구실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에서는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 건축물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일선 충북환경연대 대표는 “일반 철도나 고가도로 아래에 문화공간을 조성한 기존 사업들이 소음 문제 등으로 시민으로부터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과 안전, 효용성을 면밀히 따져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