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공백 장기화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치면서 응급의료체계 마비가 우려되자 정부가 환자 이송 보상 강화, 공공병원 활용 등 응급실 경증환자 분산 대책을 추가 시행하기로 했다. 인력 부족으로 진료를 일시 중단하거나 축소했던 응급실은 조만간 정상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20일 응급실 진료 관련 브리핑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영향으로 일부 응급의료기관에서 일시적으로 진료 제한이 발생했다”며 “다만 응급실 완전 마비가 아닌 일부 기능 축소”라고 해명했다. 전국 응급의료기관 408곳 가운데 운영 파행을 빚었던 기관은 5곳(1.2%)이다. 셧다운이 우려됐던 충북대병원과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인력을 충원해 정상 운영 중이고, 순천향대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 응급실도 다음 달이면 정상 진료가 가능해진다.
병상을 축소 운영하는 응급실은 이달 둘째 주 기준 25곳으로, 줄어든 병상 규모는 160~170개로 파악됐다. 전체 응급실 병상 규모(6,000여 개) 대비 3% 수준이다. 개별 병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여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정 정책관은 “전국 29개 응급의료권역마다 최소 1개 소 이상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진료 제한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일부 기관에서 진료 차질이 있어도 타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진 피로 누적과 업무 과부담으로 응급실 진료가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응급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1,418명에서 1,502명으로 늘었지만, 전공의 500여 명이 이탈한 빈자리를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정 정책관은 “응급의료도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정부는 응급실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 중증응급환자 수술 시 가산 확대(100→150%), 전문의 진찰료 100% 인상, 경증환자 전원 시 인센티브 15만 원 지급 등 비상진료대책을 가동했다. 광역상황실도 4곳에서 6곳으로 확대하고, 지역 의료기관 분포 상황을 고려해 시도별 이송·전원 체계도 마련했다. 경증·비응급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센터를 이용하면 의료비 본인 부담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최근 응급실 방문 환자의 44%를 차지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를 동네 병·의원으로 적절히 분산하면 중증·응급환자 진료 여력을 좀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응급실을 찾는 경증환자 7%는 코로나19 확진자인데 그 가운데 95%는 중등증 이하에 해당돼 동네병원에서 진료 가능하다. 정 정책관은 “코로나19 환자가 늘어 응급실 내원 환자 수가 평시 수준을 웃돌고 있다”며 “환자 분산으로 응급의료체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공공병원에 야간·주말 발열클리닉을 설치해 신속한 검사와 치료를 제공하고, 과거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운영됐던 의료기관을 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입원환자 치료를 맡게 할 계획이다. 환자가 급격히 증가해 병상이 부족해지면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270개)과 긴급치료병상(436개) 보유 병원과 중앙·권역 감염병 전문병원도 활용한다.
정부는 22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각 시도별 응급진료 계획을 점검한 후 빠른 시일 내에 발열클리닉을 가동하기로 했다. 정 정책관은 “소위 응급실 뺑뺑이 등 응급의료체계 왜곡은 지난 30여 년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라며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