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단행한 인사에 논란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침묵하고 있다. 지난달 한동훈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심 수용'과 '당·정 관계 재정립'을 약속한 것과 다른 행보다. 야당의 반발을 제쳐놓고라도, 한 대표가 표방한 중도·수도권·청년(중수청) 외연 확장과 거리가 먼 인사들에 대해 관망만 하고 있다는 평가다. 당 내부에서조차 "지나치게 당정갈등을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과거 극우 성향 발언에 경도된 노동관으로 우려가 제기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전광훈 목사 등 태극기 세력과 함께 활동한 논쟁적 인사다. 서울 광화문 세월호 추모공간에 대해선 "재미 봤으면 걷어치우라"는 극언까지 했다. 지난해 3월에는 광주 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해 "감동받았다. 노조가 없다"고 하는 등 '반노동 인사'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20일까지 김 후보자에 대해 이렇다 할 평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사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과 여러 차례 통화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밀어붙인 인사다. 김 후보자는 경호처장 시절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서 야당 의원과 카이스트 재학생 입을 막은 '입틀막' 사건으로 과잉 경호라는 비판까지 받았지만 역시 여당의 반응은 없다.
광복회와 갈등을 빚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도 국민의힘은 쉬쉬하며 지나가는 분위기다. 뉴라이트 성향의 김 관장 임명에 대해 광복회 등의 반발로 결국 8·15 정부 행사가 반쪽 행사로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조경태 김용태 의원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을 택했다.
당 지도부는 일단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분위기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는 절차적인 검증 작업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인사 논란에 대해서 여러 통로로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도 "대통령실이나 친윤석열계와의 관계를 고려하면 당정 갈등을 유발하는 일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대 야당에 맞서 원외인 한 대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평적 당정관계와 외연확장을 강조한 한 대표가 기대감에 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지난 총선이나 전당대회에서 나타난 민심·당심은 보수진영의 변화"라며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한 대표가 용산에 민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소속 환경노동위원회와 국방위원회에서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문수 후보가 장관이 되면 환노위는 전쟁터가 될 것" "김용현 후보 지명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 등의 뒷말이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 장관 후보자들이 중수청 확장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