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이주대책으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카드를 꺼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대규모 적자와 원주민 재정착 실패가 걱정거리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연구기관은 정부 재정 지원 없이는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4일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이주대책으로 내놨다. 1기 신도시에 산재한 영구임대주택 13곳 중 일부를 재건축해 정비사업이 끝날 때까지 이주민이 머무는 구상이다. 영구임대주택 원주민도 재건축된 단지로 재정착한다.
그러나 LH 토지주택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장기공공임대단지의 재정비 및 지역거점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 보고서에서 “현행 주택 공급체계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노후 장기임대주택 재정비 사업은 호당 8,000만 원 이상 적자가 발생하는 사업으로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노후화가 진행된 전국 247개 장기공공임대단지 가운데 그나마 재건축 여건이 좋은 서울 강서구 ‘서울가양7’ 영구임대 단지로 모의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연구원은 서울가양7을 재건축하면 가구 수가 1,998호에서 3,342호로 늘어난다고 가정했다. 774호(22%)는 최소한의 사업성 확보를 위해 분양하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이 사업의 순현재가치는 2,600억 원대 적자로 산출됐다. 임대료 수익을 높이려 여러 변수를 따졌지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이상 적자가 불가피했다. 공공분양주택은 분양가를 높이기도 어렵다. 원주민 몫의 45%를 분양 물량으로 돌려야 겨우 순현재가치가 0원으로 올랐다.
무엇보다 원주민의 재정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재건축 단지에 들어서는 ‘통합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가 영구임대주택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정부는 앞으로 건설할 공공임대주택을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통합했는데 이 유형은 임차인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35~90% 수준으로 정한다. 영구임대주택 임대료도 처음에는 주변 시세의 30%로 책정됐지만 임대료 인상이 억제돼 현재는 시세의 13~20% 정도다.
결국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하려면 정부가 재정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눈앞의 사업비뿐 아니라 원주민 임대료 인상분까지 지속 지원해야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LH는 지난달부터 서울 노원구 ‘서울중계1’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재추진하고 있는데 이곳도 순현재가치가 적자다. 그나마 시범타로 인정돼 기획재정부가 예산 투입을 약속했기에 4년 만에 사업이 진전됐다.
최초로 재건축할 영구임대주택의 원주민이 이주할 곳을 마련하는 문제도 난관이다. 1기 신도시는 유휴 부지에 순환형 임대주택을 조성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전에 추진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사례에서는 개발 방향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인근 주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국토부가 2020년 재건축하겠다고 밝힌 공공임대주택 13곳 가운데 재건축된 곳은 한 곳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