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1919년 건국? 정신이 나갔나" 과거 강연 논란

입력
2024.08.20 15:30
2018년 교회 강연서 건국절 옹호
"나라가 없으니 독립운동 한 거다"
"1919년 건국이라는 이상한 소리"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한 강연에서 8월 15일을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 역사 인식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김 후보자는 2018년 8월 12일 보수 개신교 계열 교회인 인천 남동구 사랑침례교회에서 '대한민국의 위기와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1919년에 무슨 나라가 있냐"며 1919년 건국을 부정했다. 강연 당시 모습은 유튜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교회 강연서 "1919년에 무슨 나라가 있냐"

김 후보자는 이날 강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건국 70주년은 행사 못 하겠다,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19년'이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냐. 나라가 없으니까 독립운동을 했지, 나라가 있는데 뭐 하러 독립운동을 하냐"라고 반문했다.

또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 올해는 8월 15일 날 (건국) 70주년 행사를 안 하겠다고 한다"라며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건국한 북한은 올해 아주 성대한 고희연, 기념식을 거창하게 하려고 전 세계를 초청하고 난리인데 우린 아예 안 하겠단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쪽은 거창하게 하고 우리는 안 하면 '한반도에 나라라고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밖에 없네', '대한민국은 자기 생일도 없는 나라네'(라고 된다)"라며 "1919년 조선시대 식민지 때 국가를 세웠다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 미국에서 볼 때 '이게 나라인가, 정신이 나갔나, 있냐' 이해가 (안 될 거다), 진짜 그렇다"라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 건국 70주년 기념위 공동대표 맡기도

김 후보자가 이 강연을 했을 무렵도 건국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던 시기였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건국절 논란이 재점화한 것이다. 김 후보자는 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8·15 기념식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3회 광복절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70주년을 맞는 날"이라며 건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별도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인식은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기념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자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뉴라이트 계열은 한국 정부와 헌법, 주류 역사학계, 광복회 같은 독립운동단체 등이 정설로 받아들이는 1919년 건국과 결이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선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며 대한민국이 3·1운동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과 초대 국회의원들이 제정한 1948년 제헌헌법에도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했다"고 적혀 있다.

연관기사
• '건국절 논란'에 尹 지지율 하락… 홍준표 "부질없는 논쟁 그만하자"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915400004922)
• 김진태 "1948년 건국 부인은 정체성 훼손" 발언에… 강원 광복절 기념식도 파행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516180001683)
• 건국절 논란에 쪼개진 광복절... 독립기념관장 역사관 후폭풍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81214560005822)
• "노조 없어서 감동"…김문수 노동장관 지명에 과거 발언 재조명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73113420005211)


윤한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