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 개설' 특징 노렸다... '7만2500개' 역대 최대 규모 가상계좌 유통 조직 검거

입력
2024.08.20 14:58
11면
유령법인 설립 후 가상계좌 판매

가상계좌 7만여 개를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제공하고 수억 원을 받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단장 홍완희)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 등의 혐의로 총책 등 4명을 입건하고, 이 중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당은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가상계좌를 판매하고, 가상계좌에 입금된 피해금을 범죄조직 측 계좌로 이체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다. 일당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상계좌 7만2,500개를 팔았는데, 이는 보이스피싱 합수단이 출범한 이후 적발된 가상계좌 유통 조직 중 가장 큰 규모다.

검찰 조사 결과, 일당은 2022년 8월부터 가상계좌 유통을 목적으로 유령 법인을 설립한 후 결제 대행사(PG사)가 보유한 은행 가상계좌 관리권한을 취득해 범죄에 활용했다. 가상계좌는 일반 계좌와는 달리 △실명 확인 의무 등을 거치지 않고 설립할 수 있다는 점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모(母)계좌 전체가 지급정지되지 않는 점을 노렸다.

이들이 개설한 가상계좌를 통해 범죄조직에 전달된 보이스피싱 피해금·도박자금은 5,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당은 수수료로 11억 원가량을 챙겼고,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보이스피싱 조직 대신 피해자와 접촉해 사건을 무마해주기도 했다.

검찰은 가상계좌를 매수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가상계좌 불법 이용 방지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가상계좌 유통 실태와 관리상의 문제점을 금융당국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