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했던 수소·바이오연료 기업들 좌초 중… 재생에너지 부족 탓"

입력
2024.08.19 18:30
"재생E 늘면 제조 단가 떨어져" 기대했지만
빅테크 데이터센터, 증가 전력 대부분 차지
'두 개의 전쟁' '고물가' 여파... 설비비도 올라
"탄소중립 달성 빨간불… 값싼 전력 늘려야"

"미국의 차세대 먹거리로 떠올랐던 저탄소 연료 개발 스타트업들이 '이륙'도 하기 전에 '엔진 이상'을 겪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수소·바이오연료 제조 스타트업들의 실적 부진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당초 이 기업들은 해운·항공 산업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으로 막대한 투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저탄소 연료 제조 비용이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으면서 사업성 확보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연료 가격, 화석연료 두 배가량"

WSJ가 소개한 대표적인 실적 부진 사례 업체는 '플러그파워'다. 이 회사는 미국의 '그린 수소'(재생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소) 제조 선봉장 격인 곳으로, 2021년 주가가 60달러(약 8만 원)를 돌파했었다. 당시 전 세계에 탄소중립 열풍이 불면서 저탄소 연료 기대감도 함께 부푼 결과였다. 향후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 1㎏당 3~8달러(약 4,000~1만 원)에 달했던 그린수소 제조 비용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의 영향도 컸다.

그러나 이달 기준 플러그파워 주가는 2달러(약 2,600원)대로 급락했다. 지난 3년 동안 수소 제조 가격이 되레 오르면서 산업 전망도 급격히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량이 늘어난다 해도 전기료가 눈에 띄게 하락하지 않았다. '전기 먹는 하마'인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운영에 재생에너지가 대부분 활용된 탓이다. 앤디 마시 플러그파워 최고경영자(CEO)는 WSJ에 "사업 초창기의 흥분은 과대광고에 불과했다"고 한탄했다.

바이오연료 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내 이 분야 스타트업들의 주가 역시 80~90%가량 폭락했다고 WSJ는 전했다. 해당 기업들은 곡물이나 폐기물을 활용해 지속가능항공유(SAF) 등을 제조하는데, 유럽과 중동에서 벌어지는 '두 개의 전쟁'과 전 세계적인 고물가 영향으로 설비 비용이 초기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예컨대 한 미국 회사의 SAF는 기존 화석연료 항공유보다 두 배가량 비싸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해운사·항공사, 탄소중립 목표 철회 중

저탄소 연료 제조 기업들의 부진은 미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 자체를 위협할 전망이다. 전기화가 비교적 쉬운 육상 운송 산업과 달리, 선박과 항공기는 내연기관 엔진의 '대안'이 별로 없어 대체 연료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바이오연료 보급이 늦어지면서 앞서 탄소 저감 계획을 발표했던 유력 해운사와 항공사들도 해당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린수소 산업 지지자인 호주 철광석 재벌 앤드루 포러스트는 WSJ에 "(저탄소 연료 제조 단가 문제와 관련해) 유일한 해결 방법은 친환경 전기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등을 더욱 늘려 전력 조달 비용을 줄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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