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9월 초 독일 베를린을 방문할 예정이다. 다음 달 28일 이후 공공장소 설치 허가가 만료돼 철거 위기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존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베를린을 무대로 '윤석열 정부가 친일 행보를 걷고 있다'는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위해 독일 내에서 전방위 로비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한국 정부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19일 민주당 등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들은 소녀상 존치 촉구를 위해 다음 달 첫째 주 베를린을 방문하는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시민단체인 한국 정의기억연대와 독일 코리아협의회에 의해 2020년 9월 베를린 미테구에 설치됐다. '유럽에 설치된 첫 소녀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은 소녀상 설치 직후부터 독일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철거 압박 및 설득에 나섰고, 조형물 설치 권한을 쥔 미테구는 다음 달 28일 끝나는 설치 기한을 끝내 연장하지 않았다.
베를린을 찾는 의원단은 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짜일 가능성이 크지만, 별도의 대표단을 꾸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추미애 의원의 참석은 사실상 확정됐다. 추 의원은 지난 8일 미테구청장 앞으로 소녀상 존치 요구 서한도 보냈다. 당대표이던 2018년 5월에는 '서울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언제 철거할 것이냐'는 일본 기자 질문에 "소녀상은 흉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베를린행에 조국혁신당 등 다른 야당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역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일본 사도섬을 지난 16일 방문할 때도 함께했다.
민주당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철거를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시민단체와 각국 정부의 일'이라며 선을 그어온 데 대한 책임론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윤석열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소극적이었고, 이것이 베를린 소녀상 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민주당 시각이다.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건립 방해·철거 요구 행위 중단 및 한국 정부 대응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