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29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보다 기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지구온난화에 급속한 도시화의 영향이 더해져 더 빨리 더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후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올여름이 가장 선선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보다 3배 정도 빠른데, 위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온 상승이 좀 빠르다"며 "위도 말고도 우리나라가 도시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여름 온도 상승은 더욱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측했다.
수분을 머금고 있는 녹지가 많으면 수분을 증발시키는 데 열이 많이 쓰여서 실질적인 기온 상승이 제한되는데, 도시화로 도심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열이 고스란히 기온을 올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낮 동안에 머금었던 열을 밤에 내뿜으면서 열대야도 심해진다.
특히 올여름엔 마치 이불을 두 개 덮은 듯한 기압 배치 때문에 예년보다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열대야·폭염으로 고생을 하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권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데 티베트 쪽에서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위에 티베트 고기압 하나가 더 덮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기가 압축이 되면 온도가 더 올라간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기압이 2개라) 날씨도 좋아 햇빛이 세게 들어와서 기온이 더욱더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3~5월 봄, 6~8월 여름, 9~11월 가을, 12~2월 겨울 등 사계절로 인식돼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은 줄어들고 여름이 늘었다. 조 전 원장은 "100년 치 자료를 분석해보면 겨울이 1개월 줄고 여름이 1개월 늘었다"며 "봄·가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건 봄이나 가을이었던 기간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봄은 빨리 시작했다가 빨리 끝나고 가을은 늦게 시작했다 늦게 끝난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날이 갈수록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두고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체는 신진대사로 인해 발생할 열을 몸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외부 온도가 높으면 열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인체는 한 시간마다 몸에서 열을 배출시켜야 하는데, 습도가 낮은 상태에선 기온이 40도 이상일 때 (신체가) 위험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습도가 100%면 35도만 돼도 땀이 증발하지 않아 5, 6시간 밖에 살 수 없다"며 "인도, 파키스탄에선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무더위가 물러날 때쯤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래로 내려갈 때 고기압 테두리를 따라서 태풍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며 "바다 온도가 올라가 바다에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더욱 많이 발생해, 예년보다 강한 태풍이 들어올 가능성이 더욱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