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뒷면에 조선 천문학자 '남병철' 이름 새겼다... 한국인 최초 명명

입력
2024.08.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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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호 경희대 교수팀, 美와 공동연구
이름 없는 특이한 충돌구 발견·정리
'혼천의'로 유명한 남병철 명명 신청

달 뒷면에서 발견된 커다란 충돌구(크레이터)에 조선 후기 천문학자 남병철의 이름이 붙었다. 1,700개에 이르는 달 크레이터에 한국인 이름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호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교수가 이끄는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은 지난 14일 자신들이 이안 게릭베셀 미국 산타크루즈대 교수와의 공동연구로 발견한 크레이터에 '남병철(Nam Byeong-Cheol)'이라는 이름이 부여됐다고 19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름이 없던 이 크레이터에 한국천문연구원의 추천과 협의를 거쳐 남병철이라는 이름을 붙일 것을 제안했고, 국제천문연맹(IAU) 심사를 거쳐 명명이 확정됐다.

크레이터에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는 명명 대상물의 과학적 의미와 함께 명명되는 이름이 과학자임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 뒷면에 위치한 남병철 크레이터는 충돌구 내외부의 자기장이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이 내용이 이름이 없는 채로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출판된 적이 있다. 또 크기가 직경 132㎞로, 1980년 이후 이름이 붙은 1,659개 달 충돌구 중 가장 크다.

이름의 주인공인 남병철은 조선 후기 예조판서·대제학을 역임했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자신의 저서 '의집기설'에 혼천의 제작법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른바 '남병철 혼천의'는 회전축이 고정된 기존 혼천의와 달리 축을 움직여 다양한 관측이 가능한데, 천문연구원이 올해 2월 문헌에만 남아 있던 이 혼천의를 복원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2022년 발사된 한국의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낮은 궤도 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에 남병철 크레이터를 추가 관측해 새로운 연구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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