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의 덕선은 가수 겸 배우 혜리의 인생 캐릭터다.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덕선으로 깊게 각인된 탓일까. 그가 이후 밝고 씩씩한 인물들을 연기할 때도 '응답하라 1988'의 캐릭터가 언급됐다. '빅토리' 또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빅토리'는 열정만큼은 충만한 생판 초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가 신나는 댄스와 가요로 모두를 응원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4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따뜻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위로와 온기를 선물하는 중이다. 작품은 필선(혜리)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필선과 미나(박세완)를 비롯한 친구들은 어쩌다 보니 밀레니엄 걸즈로 뭉치게 됐으나 점점 치어리딩의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이들의 꿈과 우정은 '빅토리'에 아름답게 녹아들었다.
혜리는 댄서가 꿈인 고등학생 필선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그는 이전에도 고등학생을 연기한 바 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여고 2학년 학생 덕선을 연기하며 호평을 받았다. '빅토리'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후, 일부 영화 마니아들은 고등학생 필선의 설정을 보며 덕선을 떠올렸다. 최근 진행된 '빅토리' 제작보고회에서 혜리는 이와 관련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하나도 비슷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트로한 감성 때문에 그렇게 느끼실 수 있지만 필선이는 리더 같은 느낌이다. 필선이가 조금 더 강단 있고 꿈에 대한 열망이 확실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다른 작품 속 인물인 만큼 필선과 덕선이 완벽하게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혜리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도 불구하고 필선을 보며 덕선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았다. 씩씩한 성격과 고등학생이라는 설정이 닮아 있는 데다가 두 작품 모두 레트로한 분위기가 흐르기 때문이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필선과 덕선의 이름이 함께 언급됐다.
그럼에도 혜리가 보여준 연기의 '아는 맛'은 통했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 때처럼 자신의 장점인 씩씩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을 무사히 해냈다. 작품은 CGV 골든에그지수 99%, 메가박스 실관람 평점 9.2점,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4점을 기록했다.
다만 작품의 안정적인 성공이 아닌 배우 혜리의 롱런을 위해서는 과감한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이전의 혜리와 덕선이를 떠올리지 못하게 만드는 캐릭터에 도전할 때 그의 연기 스펙트럼도 증명 가능하다. 잘하는 것을 계속 하는 것보다 180도 다른 도전에 완벽히 성공했을 때 배우 본인의 만족감 역시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