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위 회의록 파기 논란에 매몰된 의대 청문회...환자 단체 "정쟁에 시간 낭비"

입력
2024.08.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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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차관 "회의록 파기" 발언 논란
"국회 우롱" 속기록 확인차 정회도
"의대별 정원 배분 재논의" 제안도
이주호 "오랜 준비 거친 결정"

27년 만의 대규모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 여건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가 늘어난 2,000명을 대학별로 배분한 의대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파기 논란으로 뒤덮였다. 의정 갈등으로 6개월간 의료 현장과 의대가 심각한 파행을 겪고 있지만 수습 방안과는 거리가 먼 공방만 지속됐다.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16일 개최한 '의과대학 증원에 따른 의대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야당은 공개되지 않은 배정위 회의록에 공세를 집중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명불상의 배정위원장을 증인 명단에서 빼는 조건으로 배정위 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교육부가 약속했지만 끝까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같은 당 소속 김영호 위원장이 회의록 파기 여부를 묻자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배정위 운영 기간 중 파기한 걸로 안다"고 답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김 위원장은 "파기했으면 (여야 증인) 협의 과정에 말했어야 했다. 줄듯 말듯 국회를 조롱했다"고 질타했다. 배정위는 정부의 2,000명 증원 결정 뒤인 올 3월 15~18일 세 차례 회의로 대학별 추가 정원을 심의한 회의체다. 법정기구가 아닌 교육부 장관 자문 기구다. 오 차관은 "회의록 자체가 없다는 건 (이미) 말씀드렸고, 회의 결과를 정리한 자료를 제출했고, 회의 과정의 상세 자료는 따로 보관하지 않았다"고 했다. "회의 진행 과정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폐기했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야당은 파기의 부적절성을 파고들었고 오 차관이 "회의 중 '참고' 자료를 파기한 것"이라 말하면서 위증 논란도 더해졌다. 오 차관의 정확한 발언 확인차 속기록을 보기 위해 청문회가 한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결국 오 차관은 "오해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며 사과했다.

배정위의 '깜깜이 졸속' 심사 의혹도 재차 제기됐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1,000쪽의 대학 측 신청 자료를 배정위가 하루 만에 검증을 끝냈다고 한다.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있듯 '순살 의대'(부실 의대)를 만드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교육부는 △비수도권 의대 우선 △소규모 의대 적정 규모 배정 △필수·지역의료 지원 등 원칙에 따라 논의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의대 증원 과정에 지역별 의사 수가 감안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윤 민주당 의원은 '지역 간 의사 수 격차가 62명에서 10년 뒤 72명으로 증가'라고 적힌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2026년 의대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그 주장은) 의대 나온 사람이 해당 권역에 계속 일할 때만 그런 것 아니냐"며 "2026학년도 정원 조정은 의료계에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안을 들고 와야 가능하다"고 했다.

청문회를 지켜보던 김성주 중증질환연합회장은 "2,000명을 '누가 어떻게 했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와 의료계, 정치권은) 뭘 했는지 되돌아보라. 정쟁에 시간 낭비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2025학년도 의대별 정원 배정을 새로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교수 등 학교별 여건이 다르다"며 "배정위를 다시 구성해 재논의하자"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배정 과정은 오랜 준비를 거친 것"이라며 사실상 거부하자 김 위원장은 "안 된다고 하지 말라.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보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응수했다.

6개월째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 집단 유급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교육부가 유급을 막기 위해 대학들에 제시한 '비상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은 편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플랜B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