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면서도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도로에 특수 전선을 매설해 여기서 발생하는 자기장을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원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변영재 전기전자공학과 교수팀이 이동 중인 차량에 전력을 공급하는 '무선 전력 공급 트랙'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일자형태의 전자파 발생기에 전류가 흐르면 근처에 원형의 자기장이 생긴다. 이 자기장이 차량에 설치된 고리 형태의 전력 수신기를 통과하면 전력이 무선으로 전달된다. 연구팀은 복수의 전선으로 전자파 발생기를 구성해 넓고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는 방법으로 어느 방향으로든 유연하게 전기차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전력 공급 트랙과 전력 수신기의 구조를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전력 전달효율도 최대 90%까지 끌어올렸다. 기존에도 무선 충전 기술은 있었지만, 고가 자석(강자성체)을 사용해 비용이 많이 들고, 약한 내구성 문제로 널리 상용화하기 어려웠다. 변 교수는 “기존 기술은 도로 밑에 복잡한 구조물을 매설해야 하고 이를 전기로 바꾸는 인버터도 상당한 크기가 필요한 데 비해 비용 등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효율은 90%까지 유지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무선 전력 공급 기술이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및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 표준 인증 등 인체 안전성 검증도 마쳤다. 조현경 제1저자는 “이 기술이 전기차에 적용되면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배터리 양을 줄이면 리튬 등 자원 채취로 인한 공해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 12일 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인 어플라이드 에너지(Applied Ener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