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26일 연속 열대야(밤 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났다. 118년 기상관측 사상 가장 긴 열대야다.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최장 기록 경신을 넘보고 있다. 올해 '역대 최고 열대야'가 한반도를 덮친 것은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잦은 소나기 탓에 수증기가 대기 중에 많이 공급돼서다.
16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밤사이 서울의 최저기온은 열대야 조건에 부합하는 26.8도였다. 지난달 21일 이후 26일 연속 열대야로, 직전 최장 기록인 2018년(7월 21일~8월 15일·26일)을 넘어섰다. 기상 기록은 순위를 매길 때 최신 기록이 우선이다.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것은 1907년이라 올해는 118년 관측 사상 가장 길게 열대야가 이어진 해다.
전날 이미 열대야 최장 기록이 깨진 부산에서는 22일째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됐다. 이전 부산의 최장 열대야 기록은 '20세기 최악의 폭염'으로 불리는 1994년과 '21세기 최악의 폭염'으로 꼽히는 2018년의 21일 연속이었다. 최남단 제주도의 경우 이날까지 부산보다 더 긴 32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올해 열대야 신기록 행진 원인으로는 '높은 대기습도'가 지목된다. 통상 수증기가 많은 습한 공기는 건조한 공기에 비해 기온이 느리게 떨어진다. 밤에는 복사냉각(지표면이 낮 동안 받은 열을 적외선 형태로 공기 중이나 대기권 밖으로 내보내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으로 기온이 내려가야 하지만 올해는 평년에 비해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자주 불어와 수증기 공급이 많았다. 이로 인해 대기습도가 높게 유지되면서 밤에도 기온 하강이 더뎠다.
소나기와 구름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올해가 역대 최고 폭염이던 1994년, 2018년만큼 덥지 않은데 열대야가 더 잦은 것은 습도 때문"이라며 "2018년에는 7월 21일부터 8월 15일까지 서울에 소나기가 6번 왔고, 올해는 같은 기간 17번 내려 대기에 더 많은 수증기가 공급됐다"고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올해는 2018년보다 구름양도 1.8배 많은데, 구름이 많으면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복사냉각 효과가 상쇄된다"고 덧붙였다.
폭염과 열대야는 처서(22일) 이후인 월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서늘해진다'는 '처서 매직'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상청은 오는 26일까지 예상 기온을 아침 최저 24~26도, 낮 최고 29~34도로 예보하며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무더운 날이 많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올해 여름철(6~8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역대 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최고 기록은 1994년과 2018년의 16.5일인데, 올해는 15일까지 누적 15.4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