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사상 첫 패럴림픽 철인3종 출전' 김황태..."'아빠 직업란' 채우기 위해 2전3기 도전"

입력
2024.08.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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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패럴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종목에 출전하는 '불굴의 사나이'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파리로 향하기 위해 막판 준비가 한창이다.

최근 경기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김황태는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옆구리를 다쳐 한동안 치료에 전념했다"며 "이제 파리 패럴림픽까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강도 높은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오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 역대 최다인 17개 종목 총 83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 이상을 목표로 종합순위 2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그중 트라이애슬론은 수영(750m), 사이클(20㎞), 달리기(5㎞)를 한 번에 해내야 하는 종목이다. 김황태가 마지막까지 체력 관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김황태가 국가대표의 꿈을 이룬 건 2004년 태어날 딸 유림이 때문이다. 유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자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게 됐는데, 그때 깨달은 바가 있었다. 김황태는 "당시만 해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생활기록부에 '아버지 직업란'이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쓸 게 없더라"며 "국가대표가 돼서 그걸 (직업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림이가 태어나기 전인 2000년 8월 업무 중 감전 사고를 당해 양팔을 잃었다. 방황의 시간이 길었고, 술에 의존해 살다시피 하며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사고 후 1년 반 만에 정신을 차린 그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험난했던 국가대표가 되는 길

마음은 먹었지만 막상 국가대표가 되는 과정은 험난했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도전하기 위해 노르딕스키를 시작했으나, 훈련 도중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접어야 했다. 이후 재활 과정에서 2020 도쿄 대회에 태권도가 포함된다는 소식을 듣고 태권도로 종목을 바꿨다. 하지만 김황태의 스포츠등급 'PTS3(중대한 근육 손상 및 절단)'가 채택되지 않으면서 또 한 번 좌절을 겪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도전장을 내민 종목이 트라이애슬론이다.

김황태는 매번 패럴림픽으로 향하는 문턱에서 좌절해왔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각종 대회에 출전해 패럴림픽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결국 지난 6월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이 발표한 최종 세계랭킹에서 9위를 기록하며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패럴림픽...내 도전이 누군가에게 '동기부여' 되길

그는 2전 3기 끝에 꿈을 이뤘지만 첫 패럴림픽을 '굿바이 무대'로 장식할 예정이다. 4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철인3종 훈련을 한다는 건 버겁기 마련이다. 가족들도 그의 도전을 만류한 지 오래다. 김황태는 "가족들은 내가 크게 다친 걸 여러 번 봤기 때문에 결사반대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며 "또 나이가 있다 보니 체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도 패럴림픽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패럴림픽에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런데 뜻밖에 "꼴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황태는 "농담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트라이애슬론에 출전하는 선수가 10명인데 그중 10위를 하는 게 내 목표"라고 했다. 당초 세계랭킹 9위까지 출전권을 얻고, 10위는 상호 초청으로 출전권이 부여된다. 이 종목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양팔이 없어 발과 허리로만 수영해야 하는 그는 "작년 테스트 경기 때 센강에서 수영을 해보니 유속이 생각보다 셌다. 팔이 없으면 앞으로 나가는 힘이 거의 없는데 유속까지 세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김황태는 자신의 도전을 통해 다른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저 같은 중증장애인도 이런 극한의 운동을 하면서 꿈을 이뤘으니,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고 싶어요. 모든 장애인이 세상 밖으로 나와 운동하고, 사회적 활동도 보다 적극적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