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사 탄핵’ 청문회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건희 살인자’ 발언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사건 수사를 담당하던 국민권익위원회 국장의 죽음에 대해 진상 규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선을 넘어도 한참 넘어선 발언이다. 서로를 향해 살인자라 몰아세우는 이 살벌한 국회를 아이들이 어떻게 볼지 무섭다.
이날 청문회는 민주당 주도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현직 검사 4명 중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해 열렸다. 헌정 사상 처음 열린 검사 탄핵 조사 청문회였다. 민주당은 이런저런 탄핵 사유를 들었지만, 이재명 대표 후보를 수사해온 검사들을 겁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논란을 무릅쓰고 청문회를 열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한다. 하지만 탄핵 대상자는 물론 핵심 증인들이 대부분 불출석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근거 없는 공세만 폈다. 이럴 거면 왜 청문회를 열었느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청문회가 검사 탄핵과 관계없는 권익위 국장 사망을 둘러싼 공방으로 번진 이유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권익위원장을 지낸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권익위 수뇌부가 명품백 수수를 덮기 위해 강직한 공직자를 희생시켰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본인은 그분 죽음에 죄가 없느냐”고 맞받자 전 의원이 격분해 “김건희가 살인자”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은 곧장 전 의원 제명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민주당도 송 의원 제명 추진으로 맞불을 놓았다.
감정이 격해져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살인자’라는 표현은 광장에서 피켓을 든 시민운동가라면 모를까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근거 없이 내뱉을 말이 아니다. 면책특권이 아니라면 심각한 명예훼손임을 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공직자 죽음의 진상 규명에 정말 진정성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에서 밀리자 강성 당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초강수 아니냐는 얘기까지 들린다.
국회에 막말과 고성, 삿대질이 오간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22대 국회는 문을 열자마자 그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뇌 구조가 이상하다”(최민희) “토 달지 말라”(정청래) 등 험한 표현이 난무한다. 국민들의 민생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저질 싸움으로 정신적 고통까지 얹어주는 게 지금 국회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