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수도권 전철 개통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계획했다가 최근 자사 직원 2명이 사망하는 구로역 사고가 발생하자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1974년 8월 15일 개통한 서울 지하철 1호선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범철도업계 기관의 기관장들이 한데 모여 자축하고, 철도의 미래를 도모하려던 계획이 '인명 사고'라는 돌발 악재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 산하 철도운영기관인 코레일은 13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수도권전철 개통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박 장관, 수도권 등의 광역교통체계 계획과 문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강희업 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한민국 대중교통 역사를 바꾼 서울 지하철 1호선 개통과 반세기 만에 전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킨 철도업계의 노고를 치하하고 축하하려는 취지였다. 코레일은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3월 개통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를 운영하는 지티엑스에이운영㈜ 등 주요 철도기관과 업체에도 초청장을 보내, 각 기관 대표와 주요 인사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9일 발생한 구로역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코레일 관할인 구로역에서 선로를 점검·보수하던 장비차량 두 대가 부딪쳐 작업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코레일은 사고 직후 행사 취소를 결정하고, 초청 기관에도 급히 알렸다. 초청장을 받았던 한 철도운영기관 A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하려 했으나 사고 다음 날쯤 (행사 취소) 연락을 받았다"며 "전철 개통 50주년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의 B대표도 "구로역 사고 때문에 기념식이 취소됐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박 장관과 강 위원장, 철도운영기관 사장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구로역 사고 후 내부 논의를 거쳐 행사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운영의 핵심 주체인 서울교통공사도 50주년 기념식 개최를 검토하다 경영난 등을 이유로 열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아시아에서 일본(1927년), 중국(1969년), 북한(1973년)보다 늦게 개통한 서울 지하철은 지난해 3월 영국 부동산 개발회사 '에센셜 리빙'이 이용객이 많은 세계 도시 지하철 10개 대상으로 접근성·편의성·인프라 등 8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1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라는 평가로 자부심을 가질 법하지만, 여러 악재가 겹쳐 생일 축하도 못 받는 우울한 신세로 전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