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개답게 패럴림픽에 가서 신나게 뛸 준비가 됐다."
28일 개막하는 2024 파리 패럴림픽이 생애 첫 패럴림픽 출전인 한국 골볼 국가대표팀 주장 김희진이 밝힌 남다른 각오다. 1994년생 개띠인 데다 경기장 안에서 유독 소리를 많이 지르고 에너지가 넘쳐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었다는 김희진은 "패럴림픽이 다가올수록 기대와 함께 두려움도 크지만, 지금까지 그랬듯 패럴림픽에서도 미친개답게 신나게 뛰어 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달 15일 경기 이천선수촌에서 만난 김희진은 패럴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패럴림픽을 50여 일 남겨둔 시점이었던 만큼 이날은 훈련 강도를 높여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남자 선수들이 던지는 볼을 받다 보면 (강하고 빠른) 볼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자신감이 싹튼다"며 "패럴림픽에서 우리보다 강한 팀들과 많이 겨뤄야 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전권 빨리 딴 만큼 더해진 부담
골볼은 시각장애인만 할 수 있는 스포츠로, 3명의 선수로 구성된 2개 팀이 소리 나는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 골대에 많은 볼을 넣는 팀이 승리한다. 한국 골볼 대표팀은 2022년 12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골볼세계선수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국내 다른 종목 중 가장 먼저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당시 골볼 최약체로 분류됐던 한국 대표팀은 8강에서 골볼 강국 일본을 꺾은 데 이어 4강에서 캐나다를 제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 여자 골볼 대표팀이 패럴림픽에 나서는 건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28년 만이다.
김희진은 "출전권을 빨리 딴 덕분에 준비할 시간이 많았던 건 장점이지만, 사실 선수들은 2년간 그 부담을 짊어지며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이 지쳤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28년 만에 기적을 썼기 때문에 다시 한번 그 기적을 이어가보고 싶다"며 "힘든 와중에도 팀원들과 파이팅하며 훈련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골볼 선수이면서 뮤지컬 배우이기도 한 김희진은 패럴림픽에 매진하기 위해 뮤지컬 활동도 잠시 중단했다.
팀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장으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적지 않다. 김희진은 "눈을 가리고 하는 스포츠다 보니 소통이 잘 안 되면 바로 부상이나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며 "훈련만큼이나 팀워크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동메달 이상이 목표... "후회 없게 뛰겠다"
목표는 최소 동메달 이상이다. 이번 패럴림픽에는 총 8개 팀이 참가하는데, 한국은 캐나다, 일본, 프랑스와 같은 B조에 속해 있다. 조별리그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지만, 앞서 세계선수권 때 일본과 캐나다를 잡은 적이 있는 만큼 기회는 열려 있다.
관건은 현지 경기장 환경이다. 천장 높이 등에 따라 공의 소리가 모아져 들릴 수도, 퍼져 들릴 수도 있는 데다 바닥 재질에 따라 공이 튀기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전에 앞서 경기장에서 2, 3번 정도 적응 훈련을 할 기회가 있는데, 이때 이런 부분들을 빨리 파악해서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 김희진은 "패럴림픽은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며 "관심도, 지원도 부족한 골볼이 우리 힘으로 패럴림픽에 나가게 된 만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뛰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