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지아, 덱스, 이관희 같은 사람을 또 찾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솔로지옥' 시즌4를 준비하던 김재원 PD의 가장 큰 고민은 매력적이면서 새로운 인물을 찾는 일이었다. 2021년 첫 방송 이후 지난해 시즌3까지 3년 동안 수많은 비연예인 출연자를 수소문해 섭외한 터라 마땅한 출연자가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그간 뒤질 만큼 뒤져 그곳에서 또 새 출연자를 찾기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 김 PD는 올 초 거리로 나갔다. 그는 "인스타그램 섭외도 한계가 와서 서울의 소위 '핫'한 동네에서 길거리 캐스팅을 했다"고 말했다. SNS가 없던 1980~1990년대도 아니고 길거리 캐스팅이라니. 김 PD는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다. 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이 연애 프로그램 섭외 제안을 하자 '이상한 사람'인 줄 알고 일부 행인들은 연락처조차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고생 끝에 낙이 왔다. 2025년 초 '솔로지옥' 시즌4 공개를 앞둔 김 PD는 "이번엔 출연자가 아니라 한 커플이 화제가 될 것 같다. 길거리에 나간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길거리 섭외 과정에서 '귀인'도 만났다. 김 PD는 "오전에 작가 팀이 거리에서 섭외한 사람과 같은 날 오후에 PD팀이 섭외한 사람이 동일인이었다"며 "(시즌4에) 출연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ENA '나는 솔로'부터 SBS '신들린 연애' 그리고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 JTBC '끝사랑'까지. TV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에 비연예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최근 한 달 새 공개된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4개 이상이다.
이 같은 콘텐츠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제작진은 비연예인 섭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예인처럼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어 직접 찾아낸 뒤 출연 설득을 해야 하는 건 기본. '신들린 연애' 제작진은 짝짓기 예능에 출연할 젊은 점술가들을 섭외하기 위해 점집을 찾아갔다. 인터넷에서 '사주' '무속' '타로'란 단어로 검색해 찾은 장소를 방문해 출연자를 물색하는 식이었다. 복병은 따로 있었다. 무당을 섭외할 땐 그가 모시는 '신령'의 허락이 반드시 떨어져야 했다. 이지영 '신들린 연애' PD는 "(무당 출연자인) 함수현씨는 아무리 연락해도 답이 없어 두 달 동안 기다리다 포기하려고 할 때 갑자기 먼저 연락이 와서 '신령께서 허락하셨다'며 출연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제작진은 지난해 가을 부산의 한 술집에서 본 바텐더를 점술가 섭외 미팅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기도 했다. '신들린 운명'의 주인공인 무당 이홍조. 이은솔 PD는 "이홍조가 부산에서 일할 땐 신내림을 거부하고 있었을 때였다"며 "올해 2월 작가들이 '신내림 받은 지 얼마 안 된 무속인'이라며 추천해 준 명단에 이홍조가 있었고, 미팅이 잡혀 만났을 때 그분이 우리를 기억해 서로 깜짝 놀랐다"고 섭외 과정을 들려줬다.
유명 유튜버, 틱토커 등이 주목받기 위해 경쟁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를 기획한 이재석 PD는 77명의 인플루언서를 섭외하는 데만 5개월을 쏟았다. 데뷔한 지 30년도 넘은 배우 장근석은 왜 섭외했을까. 이 PD는 "장근석은 2000년대 초 유행한 '싸이월드'에 올린 (허세) 사진으로 주목받은 '원조 인플루언서'"라며 "출연을 거절할 줄 알았는데 기획안을 보여줬더니 '이건 내 프로그램인데'라고 말하며 다 내려놓고 참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