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여론조작 관련자 수혜... 윤 정부 세 번째 광복절 특사는 '정치 사면'

입력
2024.08.13 16:00
김경수·원세훈 복권... "정치 갈등 일단락"
'민생 경제 활성화'... 기업인 비중은 작아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광복절 특별사면(특사)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드루킹 여론조작 등 정치적 사건으로 처벌받았던 인사들이 대거 혜택을 받았다. 경제계 인사들 위주였던 앞선 두 차례 광복절 특사와 확연히 다른 지점이다. 정부는 '국민 통합'을 이번 특사 명분으로 제시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에서 "여야 정치인 등을 사면해 정치 이념을 넘어선 통합과 화합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특사 취지를 설명했다.

특사 대상 총 1,219명 중 전직 공직자와 정치인 등은 55명이다. 드루킹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가 2022년 12월 형기 5개월을 남기고 '복권 없는 사면'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총 징역 14년 2개월을 확정받은 뒤 2022년 감형받아 가석방됐고, 이번 특사에서 남은 형기 집행을 면제받고 복권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당사자인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도 복권됐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징역 4년형을, 현 전 수석은 보수 단체를 불법 지원한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엘시티 뇌물' 사건으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형과 징역 3년 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전직 경찰청장들도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을 동원해 선거에 불법 개입하고 비판 세력을 사찰한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이철성 전 경찰청장은 선고된 형이 실효됐고, 이어 복권됐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작성하도록 시켜 정부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 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도 복권됐다.

박 장관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여론 왜곡 관련자들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사면을 실시해 그로 인한 정치적 갈등 상황을 일단락하고 국익을 위해 통합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 복권에 대해 송강 법무부 검찰국장은 "범행 경위, 동종 사범과 형평성, 이번 사면에서 댓글 여론 조성 관련자 다수가 사면 및 복권 대상인 점 등을 포함해 (국민 통합 등) 사면 본연의 취지대로 실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앞선 두 차례 광복절 특사와 달리 재계 인사들의 비중이 작았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잔형 집행면제),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하 복권)과 조순구 전 인터엠 대표, 최규옥 전 오스템임플란트 회장 정도가 주요 대상자다.

대신 정부는 '민생'을 부각했다. 여객·화물 운송업 행정제재 특별감면 9명, 생계형 어업인 행정제재 특별감면 404명 등을 포함해 경제 활성화 발판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20명이 사면 및 감형 대상에 포함됐고, 운전업 종사자 270명도 형 선고 실효 및 복권 혜택을 받았다. 박 장관은 "재산 범죄 중에서 피해 규모가 크고 합의되지 않은 경우, 허위 정보 거래나 리딩방 스캠 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 범죄는 특사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