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컴백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는 '대통령직을 되찾고 싶어요, 트럼프와 토론할 또 다른 기회를 원해요'라고 말할 거다."
금세 들통날 거짓말부터 사실관계 따지기가 애매한 왜곡까지, 대선이 다가올수록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이 거침없다. 특히 '유세장 총격' 사건 직후 한창 오르던 기세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판을 계기로 꺾인 뒤부터 이런 증세는 더 심해졌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더욱 괴상해지는 트럼프의 주장 목록"이라며 그의 최근 거짓·왜곡 발언 10개를 나열했다. 공격 대상은 대선 상대인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이었다. 가짜뉴스 생산지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지만, 유세 현장이나 언론 인터뷰 등도 가리지 않았다.
'해리스 캠프가 미시간주(州) 유세 현장에 인공지능(AI)으로 가짜 청중을 그려 넣었다'(지난 11일)는 음모론은 "트럼프가 새롭고 놀라운 방식으로 (거짓 주장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라고 WP는 꼬집었다. 자신의 유세 규모를 부풀려온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해도 이번처럼 수천 명의 인파가 목격하고 기록한 현장을 버젓이 가짜라고 부른 건 터무니없다는 비판이다.
후보직을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도 놓지 못하고 있다. '후보직을 빼앗긴 바이든이 오는 19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를 탈환하려 할 것'이라는 지난 9일 유세 발언이 대표적이다. WP는 "해리스보다는 여전히 바이든과 대결하고 싶어하는 것이 분명한 그의 판타지"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1일에는 자신이 설립한 SNS '트루스소셜'에서 "바이든은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다. 그는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썼다. 백악관 의료진이 바이든 대통령의 양성 판정 사실을 발표하자 난데 없이 '조작설'을 제기한 것이다. 역시 근거는 단 한 줄도 적지 않았다. 그밖에도 '미 연방수사국(FBI)이 마러라고 자택 압수수색 때 나를 사살하려 했다'(5월 21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총격은 민주당 선동 탓'(8월 3일) 등도 대표적인 거짓 주장으로 꼽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마다 주류 언론이 '팩트체크'를 내놓는 건 흔한 일이다. 그만큼 가짜뉴스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유럽연합(EU) 측과 충돌하기도 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과 엑스(X) 대담을 앞두고 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증오와 무질서, 폭력을 선동하거나 특정 가짜정보 관련 콘텐츠가 유포될 위험"이 있으며, X 소유주 머스크에게는 이를 막기 위해 제정된 EU 디지털법(DSA)에 따른 '상당한 주의'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트럼프 캠프 측은 EU를 향해 "언론 자유의 적"이라며 "미 대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밝혔다. EU가 '미국 우선' 무역 정책을 걱정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를 막으려 한다고도 덧붙였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다시 불법 이민, 기후 변화, 인플레이션 등에 대해 "최소 20개의 거짓 주장을 했다"고 미 CNN방송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