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미국 대선 개입' 해킹 의혹 수사... 트럼프 캠프는 "이란 소행" 주장

입력
2024.08.13 07:38
"바이든·트럼프 캠프서 '정보 탈취' 의심돼"
FBI, 6월 수사 착수... "해킹 성공 증거 없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대선 캠프를 겨냥한 해킹 시도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가 "이란의 사이버 공격으로 해킹당했다"며 제기한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뜻인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전 민주당 대선 캠프에 대해서도 해킹 시도가 이뤄졌다는 게 FBI의 판단이다.

"트럼프 측근·바이든 캠프 자문위원 등이 표적"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현지시간) FBI가 '대선 캠프 사이버 공격'에 대한 뉴스 보도를 거론하면서 해당 사안을 수사 중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FBI는 이날 내놓은 짧은 성명에서 '이란'이나 '트럼프 캠프' 등과 같은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W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의 측근, 대선 후보 시절 바이든의 캠프 자문위원 등을 표적으로 삼아 이란이 해킹을 시도한 혐의를 FBI가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FBI는 지난 6월 이번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해킹 시도가 성공했음을 가리키는 증거는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고 소식통들은 WP에 설명했다.

앞서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캠프의 대선 전략 관련 문건 등이 해킹으로 외부에 유출됐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전, 캠프가 그의 과거 이력 및 발언을 검증하며 작성한 문건을 신원 미상 인사로부터 이메일로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부통령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조사 자료도 유출 흔적이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란 "해킹 관여 안 했다"... 의혹 부인

트럼프 대선 캠프는 곧바로 "미국에 적대적인 '외국 정보원들'이 불법으로 문건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지난 6월 미국 대선 후보 등을 겨냥한 해킹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마이크로소프트 조사 보고서를 인용했다. 해킹 배후는 이란임을 시시한 셈이다. 하지만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AP통신에 "이란은 해킹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선(11월 5일)이 3개월도 남지 않은 지금, 해외 세력의 '선거 개입' 의혹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NYT는 "인공지능(AI)을 통한 허위정보 유포 등 대선 개입 시도에 FBI가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며 "특히 이란, 중국, 러시아가 요주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때에도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를 해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