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백종원' 김재홍 교수 "음식 맛은 기본, 마케팅도 필수"

입력
2024.08.17 10:00
경북대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교수 
2018년 이후 매년 대구경북 30여개 식당 컨설팅 
코로나19 계기로 청결도에 대한 관심 급증 
"맛있는 메뉴도 마케팅 부족으로 실패 다반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이 식당을 선택하는 기준이 사뭇 달라졌다. 김재홍(49) 경북대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교수에 따르면 중요 항목으로 식당 청결도가 급부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대중의 위생 관념이 철저해졌다"면서 "변화한 소비자의 취향과 기호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북대 백종원'으로 통한다. 경북대 경영대학원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 수료자 700여 명을 상시 관리하면서 매년 30여 업소를 컨설팅한다. 한번 컨설팅 대상이 되면 3, 4차례 방문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론과 실전을 겸비한 전문가로 이름이 나 있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델라웨어주립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을 전공했다. 2006년 한국에 돌아와 떡볶이 프랜차이즈, 중식 양식 퓨전레스토랑 등을 운영했다. 그 사이 경북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거쳐 영남대 식품경제외식학과에서 외식산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5년에 대구한의대 산학협력단 지역발전위원회사업단 실장으로 일하면서 컨설팅에 뛰어들었다. 이후 2018년 경북대로 자리를 옮겼다.

김 교수에 따르면 대구경북은 2007년부터 요식업의 경쟁력을 키우려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2011 국제마라톤대회' 유치가 계기였다. 외국 손님들이 밀려 들어오는 만큼 음식의 맛과 서비스 마인드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었다. 경북대 외식산업 최고경영자과정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설되었다. 김 교수는 "그간의 노력으로 맛과 청결도 모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올라왔다"면서 "대구 식당의 맛과 서비스가 과거와 비교해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컨설팅을 요청하는 식당 사장님들에게 단순하게 접근한다. 그의 컨설팅 주제는 ‘망하지 않는 법’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쉽게 설명하고 설득한다. 장사 좀 된다고 사장이 자리를 비우거나 메뉴 개발에 소홀하면 곧장 매출에 타격이 온다. 이런 기본기를 충실하게 지키고도 장사가 안되는 경우는 홍보 부족이 원인이다. 그는 "음식 맛이 평균 이상이면 식당의 승패는 '기승전-마케팅'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어떤 분들은 맛이 전부하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웬만한 비법이 모두 공유되기 때문에 사장님이 정성만 들인다면 오히려 음식 맛이 없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진주에 있는 A냉면집을 예로 들었다. 노부부가 평생 운영한 가게였으나 같은 메뉴를 파는 주변 가게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도 안 됐다. 이에 부부는 유학을 다녀온 딸에게 마케팅을 부탁했다. 딸은 일단 메뉴판에서 오래된 음식 사진을 교체했다. 부모님이 30년 넘게 운영한 가게라는 것에 착안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 인증을 받았고, SNS를 통해 가게를 적극 홍보했다. 그 결과 몇 달 만에 매출이 4배나 뛰었다. 김 교수는 "맛과 메뉴는 그대로였으나 가게의 오래된 역사와 스토리를 마케팅에 활용해 대중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한 것"이라면서 "99%를 갖추고도 1%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고전하는 식당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구는 오랫동안 음식이 짜고 맵기만 하고 맛없는 도시로 '악명'이 높았는데 지금은 사뭇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마케팅 등에서 더 열심히 우리 지역의 음식과 문화를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수의 시선은 2030년에 맞춰져 있다. 2030년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이 개항한다. 그는 "2007년에 시작한 요식업 경쟁력 제고의 몸부림이 2030년에 다시 초점이 맞추어지는 분위기"라면서 "신공항 개항을 계기삼아 메뉴의 다양성, 서비스, 마케팅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원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