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1호선 구로역 선로에서 장비 차량이 충돌해 직원 2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안전 지침이 부족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육중한 장비가 오가는 현장에서 소통 오류가 빈발하고 인명사고로 이어지지만, 세밀한 매뉴얼이 없다는 것이다. 고위험 작업 공간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교육받는 과정도 부족해 전철·지하철 노동 현장의 전반적 구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12일 코레일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2시 20분 구로역 선로 위에서 절연구조물 교체 작업을 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올라탄 전기모터카 작업대를, 옆 선로를 통과하던 선로점검차가 들이받았다.
이로 인해 작업대에서 일하던 세 사람이 5~6m 아래로 떨어졌고 이 중 정모(32)씨와 윤모(31)씨가 사망했다. 당시 모터카 작업대 기사들은 7월 수립된 점검계획에 따라 영등포와 구로역에 대한 전차선로를 점검하고 있었다. 선로점검차 역시 지난달 세운 점검계획에 맞춰 경부고속선 선로 검측을 끝내고 금천구청역에서 서울까지 돌아오는 길이었다.
사고 발생 모터카는 작업대가 좌우 4m까지 이동 가능한데 구로역은 선로 간 거리가 1.5m 정도다. 그러나 1장짜리인 모터카 작업팀 작업계획서엔 두 차량 간 충돌 위험성이 적혀 있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 상황을 기록한 녹취록에 따르면 선로점검차 발차를 관리한 금천구청역 관제센터 역시 선로점검차가 "구로 발차(출발)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네, 발차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선로점검차 출발 6분 뒤 사고가 났다. 모터카 작업팀과 선로점검차 간 사전에 직접 소통한 기록도 없다.
현장 관리자 부재와 허술한 지침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레일에서 현장 업무를 하는 A씨는 "차상점검의 경우 인접 선로를 차단하라는 강제조항은 없다"며 "열차 감시자를 두라는 규정도 강제는 아니어서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었던 사고"라고 털어놨다.
작업 전 사고 위험에 대한 안전성 평가와 교육도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예컨대 작업 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안전사고에 대해 고지하고, 예방하거나 사후 대피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공유하는 식이다. 코레일 소속으로 전기 보수 업무를 하는 B씨는 "장비가 들어오면 작동 방법은 교육을 받지만, 어떻게 작업하면 위험할 수 있다거나 사고가 날 수 있다는 내용의 교육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개인의 문제로 여기기보다 철도안전관리 시스템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 역시 "해당 장비가 현장에서 어떤 위험 요소를 갖는지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작업자들이 안전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따를 수 있어야 한다"며 실질적인 안전교육 시행을 거듭 촉구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2022년 중대재해법 시행 후 이번을 포함해 코레일에서는 다섯 차례나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처벌받은 사례가 없어서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위험성 평가를 요식적으로 하더라도 수사당국이 인정해주는 관행이 있다"며 "철도산업계가 스스로 위험성 평가 규정을 만들도록 고용노동부가 유도하고, 이를 중대재해법에 적용한다면 실효성 있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