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철도 투자·요금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철도 유형별 ‘적정 운임’을 산출하고 로드맵(이행안)을 수립하는 용역을 곧 발주한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운임이 13년간 동결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운임 인상 로드맵’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12일 조달청에 따르면 국토부는 ‘철도 투자방식에 따른 여객 운임 및 시설사용료 영향 분석’ 용역 입찰을 위한 사전규격을 지난주 공개했다. 고속철도(KTX)가 개통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의 철도 유형별 투자액과 성과를 분석해 적정한 ‘여객 운임’과 ‘시설사용료’를 산정하고 이를 실현할 로드맵과 철도 투자 체계 개선 방향을 세우는 것이 목표다.
로드맵을 수립하는 이유는 현행 운임·시설사용료 체계로는 고속·준고속 철도 투자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KTX 출범 후 국내 철도는 고속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수서발고속철도(SRT) 개통 외에도 일반철도 상당수가 고속철도에 버금가는 준고속 철도로 개량되거나 새롭게 건설됐다. 일반철도는 국비, 고속철도는 국비와 국가철도공단 투자금으로 건설된다.
문제는 철도청이 코레일과 국가철도공단으로 쪼개져 철도 투자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철도청은 선로를 건설하며 쌓은 막대한 부채를 KTX 수입으로 갚을 계획이었지만 코레일은 현재 KTX 수입 상당액을 적자 노선 유지에 쓴다. 코레일과 SRT는 각각 매출의 34%와 50%를 국가철도공단에 시설(선로)사용료로 지급하는데 올해 총액은 9,419억 원이다. 국가철도공단 입장에선 유지보수비와 이자비용을 제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건설 부채 때문에 발생한 한국철도공단 누적 손실액은 3조5,466억 원에 달한다.
철도 투자를 늘리려면 운영자와 관리자 양쪽 수입을 동시에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①다른 교통수단과 이동시간 등을 비교해 적정 운임을 산정하고 해외 사례를 참조해 적정 시설사용료를 도출할 방침이다. ②여기에 국가철도공단이 준고속 철도 투자비를 분담하는 상황을 가정해 적정 운임과 시설사용료를 추가로 계산한다. ③마지막으로 현행 준고속 노선의 재무상태까지 개선하는 적정 운임과 시설사용료를 산출한다.
국토부는 ‘철도산업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철도 투자 체계 개선 방향을 도출하고 적정 여객 운임과 시설사용료 수준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용역사에 요구했다. 코레일은 올해 들어 KTX 요금을 10%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국토부에 지속 요구했다(본보 지난달 16일 자 보도).
국토부는 연구 과제로 ‘운임 인상 검토’를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적정 운임을 어떻게 산정하든 결국엔 운임을 올려야 할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레일 관계자는 “준고속 철도 자체가 일반철도보다 운임이 높다”며 “(국가철도공단이 건설비 일부를 부담하더라도) 요금이 떨어질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