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전설의 라스트 댄스, 조코비치의 '커리어 골든 슬램'… 또 하나의 발자취 남긴 파리 올림픽

입력
2024.08.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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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만큼이나 화려한 폐막식으로 4년 뒤를 기약하며 막을 내린 2024 파리 올림픽은 전 세계 선수들이 수년간 닦아온 기량을 가감없이 펼쳐 보이면서 여러모로 스포츠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많이 남겼다.


리빙 레전드들의 '라스트 댄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됐던 곳은 종목별 리빙 레전드들의 굿바이 무대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이 뜨거웠던 건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올림픽 고별 경기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예고해온 나달은 자신에게 14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안겼던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라스트 댄스'를 췄다. 그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라이벌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단식 경기를 펼치고, 한참 후배인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와 복식에 나서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여자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 마르타(브라질)는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올림픽에서 치렀다. 6번의 올림픽에서 끝내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음에도 마르타는 밝게 웃으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는 "나는 축구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어떻게든 지금 대표팀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려 노력하겠다"고 밝혀 지도자로의 변신을 예고했다.

미국프로농구(NBA)의 '킹'이라 불리는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도 프랑스와 결승전에서 승리한 뒤 "더 이상 올림픽에서 뛰는 나는 없다"며 올림픽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마지막까지 열정을 불사르며 결승전에서 14점 10어시스트 6리바운드를 기록,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새로운 기록의 탄생

올림픽은 전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자리인 만큼 놀라운 기록들도 탄생했다. 특히 이번엔 얕은 수심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영에서 새로운 기록들이 줄을 이었다. 프랑스 수영 영웅 레옹 마르샹이 접영 200m와 평영 200m, 개인 혼영 200m 와 400m에서 모두 올림픽신기록으로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중국의 판잔러는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92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단기간에 폭발적인 힘과 스피드를 필요로 해 그간 서양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남자 자유형 100m의 벽을 깨버린 것이다.

레슬링에선 미하인 로페스(쿠바)가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에서 우승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 단일종목 5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로페스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 2020 도쿄 대회에서 잇따라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은퇴를 선언했지만, 새 역사에 도전하기 위해 파리로 돌아와 꿈을 이뤘다. 메이저대회 24회 우승에도 불구하고, 유독 올림픽에서 고배를 마셨던 조코비치도 이번에 마지막 단추를 끼우며 '커리어 골든 슬램'을 달성했다.


여성 권위 드높인 올림픽

선수단 구성과 개회식, 경기 운영에서 여성의 권위를 드높였다는 점에서도 이번 올림픽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남녀 선수 비율을 일대일로 정확하게 맞췄을 뿐만 아니라 개회식에선 프랑스 역사 속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여성 10명의 동상을 세우며 그들의 업적을 기렸다.

경기 운영에선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남자 마라톤 대신 여자 마라톤을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데 이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폐회식에서 여자 마라톤 단독 시상식을 열었다. 조직위는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1789년의 '여성 행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프랑스를 인권의 나라로 만들고, 자유의 가치를 수호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