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정이 해냈다!... 12년 만의 여자 역도 최중량급 메달리스트 탄생

입력
2024.08.11 21:35


2012 런던 대회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동메달) 이후 12년 만에 한국 역도 여자 최중량급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박혜정(고양시청)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급에 출전해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올리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인 296㎏을 훌쩍 넘어선 기록으로, 인상에서 들어 올린 131㎏은 한국 신기록이다. 1위는 309㎏(인상 136㎏·용상 173㎏)을 기록한 리원원(중국)이 가져갔다.

대회 마지막 날 박혜정이 값진 은메달을 선물하면서 한국 역도는 2020 도쿄 대회 때 '노메달' 수모를 말끔히 씻어냈다.

한국 역도는 당초 이번 대회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앞서 출전한 선수들이 줄줄이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가장 마지막으로 경기에 나서는 박혜정에게 관심이 집중됐다. 부담이 컸을 법도 하지만 박혜정은 이날 시종일관 미소를 띤 채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인상에서는 131㎏을 들어 종전 개인 최고 기록이자 최중량급 한국 신기록인 130㎏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뒤늦게 역도 입문한 박혜정,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박혜정은 중학교 1학년 때 2008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을 보고 역도에 입문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절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다. 중학교 3학년 때 2019 아시아유스·주니어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55㎏을 들어 올리며 장미란이 고교 2학년 때 세운 235㎏을 넘어 실력을 입증했다. 이후 한국 중학생 신기록(합계 259㎏)에 이어 주니어 신기록(290㎏)을 갈아치우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했고, 자연스럽게 '포스트 장미란'이란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성인이 된 이후론 성장세가 더 두드러졌다. 실업 생활을 시작한 지난해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등 합계 295㎏을 들어 올리며 개인 기록을 한 차례 경신하더니 올해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에선 인상 130㎏, 용상 166㎏, 합계 296㎏을 들어 2위에 올랐다. 당시 1위는 합계 325㎏(인상 145㎏·용상 180㎏)을 든 리원원이 차지했다. 이때부터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힌 셈이다.


어머니께 바치는 올림픽 메달

박혜정은 올해 4월 IWF 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8년간 암 투병을 하신 어머니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른 박혜정은 "가족들도, 어머니도, 그리고 많은 분이 내 올림픽 무대를 기대하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그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고 밝혔고, 이날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그 약속을 지켰다.


김진주 기자